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검토에 나선 것은 바이오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대규모 기술수출을 잇달아 성사시키고 공동 개발까지 확대하자 미국이 국가 안보 차원의 견제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수혜를 위해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존 물레나르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포괄적 해외투자 국가안보법(COINS법) 투자 제한 대상에 바이오 기술을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COINS법은 미국 자본이 적성국의 첨단기술 분야로 유입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한 해외투자 규제 법안이다. 현재 시행령 마련 작업이 진행 중이며 바이오 분야 포함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글로벌 제약사와 중국 바이오 기업 간 협력의 밀도가 깊어진 것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된 결과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과거에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후보 물질을 도입한 뒤 미국 기업이 후속 개발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였다”며 “최근에는 중국과 공동 연구, 공동 개발 형태의 계약이 늘어나면서 연구개발(R&D) 노하우와 기술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자체 신약 개발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화이자는 최근 중국 이노벤트바이올로직스와 항암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6억 5000만 달러(약 8900억 원)의 선급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05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에 달한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역시 중국 헝루이제약과 총 150억 달러 규모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따르면 중국 제약사의 기술수출 규모는 지난해 총 157건, 1357억 달러(약 185조 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4년 94건, 519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올해 1분기 기술수출 계약 규모도 6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의 44%에 달한다.
글로벌 제약사의 중국 의존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체결된 선급금 5000만 달러 이상 대형 기술 도입 계약 가운데 절반이 중국 바이오 기업 대상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선급금의 75%가 중국 기업으로 유입됐다.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심화되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혜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생물보안법 논의 당시에도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후지필름·론자·카탈렌트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한국은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인 만큼 혁신 모달리티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