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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서 쏘아올린 휴머노이드 난제…“로봇이 소주 따르려면 물리학 원리 알아야”

30.05.2026 1분 읽기

“한국에는 상대방 잔이 비면 소주를 따라주는 문화가 있죠. 로봇이 이걸 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다니엘 리 코넬대 교수가 청중에게 던진 이 질문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소주병을 집어 들고, 잔에 술을 따르고, 상대방의 기분까지 읽어내는 일.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이 행동이 로봇에게는 넘기 힘든 산이라는 의미였다. 리 교수는 “로봇이 소주병을 들어 잔에 술을 따르는 간단한 작업조차 까다로운 게 현실”이라며 “인간에게는 당연한 직관이지만 로봇이 이를 해내려면 병의 마찰계수나 미끄러졌을 때 술이 상대방에게 쏟아지지 않게 하는 법 등 물리적 현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지능을 넘어, 산업의 새 엔진으로’를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 2026’의 ‘산업의 재설계: 로보틱스가 주도하는 물리적 혁명’ 세션에서 피지컬 AI의 상용화를 위한 과제를 진단했다. 이들은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을 꺼냈다. 로봇에게 쉬운 것이 사람에게는 어렵고, 사람에게 쉬운 것이 로봇에게는 어려운 아이러니한 현상을 말한다.

데이터 학습의 문제도 거론됐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홀리데이로보틱스의 송기영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업 현장에 투입되려면 작업 정확성이 99.9% 수준을 확보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AI 기술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특히 데이터 수집 비용이 크다 보니 실제 데이터보다는 가상 데이터를 접목해 시뮬레이션하는 강화 학습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장 실장은 “현재 정부와 산업계가 손을 잡고 지난해부터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며 피지컬 AI 분야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의 개발 로드맵에 맞춰 산업계가 R&D 기반으로 기민하게 호응한다면 미·중에 뒤처지지 않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로드맵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마치 사람처럼 미리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현실을 이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재 AI 기술 수준을 ‘블랙박스’라고 규정한 리 교수는 AI의 복잡한 연산 과정을 규명하는 ‘화이트박스’ 이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화이트박스는 결과로 원인을 추론하는 블랙박스와 반대로 입력이 어떻게 처리돼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하는 개념이다.

리 교수는 “AI의 블랙박스를 열어 AI가 데이터 구조를 어떻게 특정 작업으로 변환하는지 살펴야 한다”면서 “AI 시스템 연산 작용의 기하학적 특징을 관찰하면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AI의 안전성·성능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자율주행 산업의 길을 따라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홍성수 서울대 교수는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2023년 자동차의 주변 감지(센싱)부터 제어까지 도맡는 엔드 투 엔드 기술이 등장했고 이후 2년 만에 보편화하면서 자종차 사고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자율주행 기술의 2년간 발전상이 과거 60년에 비견되는데 휴머노이드 로봇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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