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랜드’로 첫 장르물 도전 호평
“희주가 행복할까…찝찝한 기분”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망이 있잖아요.”
배우 박보영이 디즈니+ 오리지널 ‘골드랜드’를 통해 자신의 기존 선한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늘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1500억 원 규모 금괴를 둘러싼 욕망 속으로 빠져드는 희주를 연기하며 처음으로 본격 범죄 스릴러 장르에 도전해 호평을 받았다.
‘골드랜드’의 최종회가 공개된 이후 박보영은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작품의 결말을 떠올리며 “끝났다는 기분이 시원하지만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희주가 앞으로 그 돈을 잘 쓰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며 “마침표를 찍고 끝난 느낌이라기보다는 한쪽 마음에 찝찝함을 안고 끝낸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감독·작가님 시즌 2 염두한 듯
“여성 캐릭터 중심이라 장르물 출연 결심”
실제로 엔딩 장면 역시 배우들에게도 여러 해석을 남겼다. 마지막 장면에서 청강(김민)이 희주를 찾아오는 결말에 대해 박보영은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감독님과 작가님이 시즌2를 생각하시는 건가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래는 ‘찾았다’라는 대사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뒤 이야기를 열어둔 엔딩 같았다”고 설명했다.
‘골드랜드’는 1500억원에 달하는 금괴를 둘러싸고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리는 범죄 스릴러다. 박보영은 이 작품이 자신에게 특별했던 이유로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괴 손에 넣으면 돌려줄 것 같은 박보영
오히려 변해가는 모습이 설득력 선사해
다만 처음부터 희주를 자신이 연기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는 “대본을 읽는데 제 목소리나 톤이 잘 안 들리더라”며 “감독님이 왜 저한테 이 역할을 주셨을까 궁금했다”고 회상했다. 그 의문을 풀어준 건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의 한마디였다. 박보영은 “감독님이 ‘사람들은 박보영이라는 배우를 보면 금괴를 손에 쥐어도 돌려줄 것 같은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욕망은 있다’고 하셨다”며 “욕심을 낼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새로운 감정일 수 있다는 말이 큰 설득이 됐다”고 했다.
“착한 이미지 부담…저도 욕심 낼 수 있어요”
희주의 욕망은 한순간 아닌 늪처럼 빠지는 과정
실제로 그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보영은 “사람들이 저를 너무 착하고 욕심 없을 것 같은 사람으로 본다”며 “그런 이미지에 대해 ‘아니에요, 저도 욕심낼 수 있어요’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희주는 작품 초반만 해도 금괴를 두고 망설이는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점차 상황에 휘말리며 더 깊은 욕망 속으로 빠져든다. 박보영은 그 변화를 “한순간에 스위치가 켜지는 게 아니라 늪처럼 조금씩 빠져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흑화’되면서 망가지고 폭주하는 희주
얼굴 상처 늘고 거칠어져 가는 모습 표현
그는 “희주는 어린 시절부터 지옥 같은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인물”이라며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걸 할 수도 있지만 하기 싫은 걸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조금만 있으면 될 것 같다’는 마음이었는데 점점 욕심이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품 속 희주는 점차 망가지고 소위 ‘흑화’하면서 폭주한다. 얼굴에 상처가 늘어나고 점점 거칠어지고 욕망이 커질 수록 눈빛도 불안해진다. 그는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분장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쾌감이 있었다”며 “얼굴이 망가져 갈수록 어떻게 하면 더 처절해 보일까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액션 연기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 놓았다. 그는 “총이 그렇게 무거운지 처음 알았다”며 “계속 들고 있으면 팔이 내려갈 정도였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희주는 액션 고수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캐릭터라 다행이었다”며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게 더 편했다”고 했다.
화제 모았던 욱(김성철)과의 관계 의견 분분
“방송으로 보면서 ‘저건 사랑’이라 생각했죠”
극 중 김성철이 연기한 욱과의 관계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랑일지 아닐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고 모든 장면이 분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박보영은 “감독님이 끝까지 두 사람 관계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며 “배신할지 끝까지 희주 편에 설지 긴장감을 가져가길 원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저는 방송으로 보면서 ‘저건 사랑이다’라고 생각했다”며 “욱이가 너무 희생한다”고 설명했다.
원래 친한 배우인 이광수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극 중 박이사 역으로 강렬한 악역 연기를 펼친 이광수에 대해 그는 “분장하고 나타날 때마다 무서웠다”면서도 “워낙 친해서 액션 장면에서도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르물에 처음 도전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박보영은 “먼지 속에서 구르고 뛰고 피와 땀 범벅이 되는 과정, 그 피, 땀, 눈물이 너무 생생하고 재밌었다”며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동안 너무 어두운 역할 하며 쉴새 없이 달려
옥탑방에 살고 부모님 모두가 안 계시는 역할
밝은 부자 역할, 밝은 ‘로코’ 다시 해보고 싶어
서점 다니고 조카들과 놀면서 차기작 계획할 것
다만 당분간은 조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미지의 서울’, ‘골드랜드’ 등 어두운 감정선을 가진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해온 그는 “계속 그런 역할을 하다 보니 실제로도 에너지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음 작품은 무조건 밝은 걸 하고 싶다”며 “밝은 부자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는 옥탑방에 살고 부모님이 안 계신 역할을 많이 했다”며 “부유한 집안을 탐구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박보영은 최근 자신의 사진전을 둘러보다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 초 모습부터 지금까지의 영상을 보는데 ‘정말 부지런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전에는 앞이 막막한 느낌이 컸다면 요즘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예전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20주년이 끝이 아니라 어쩌면 중간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쉴새 없이 달려 온만큼 이제는 휴식을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3년 정도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며 “당분간은 서점도 가고 조카들과 시간도 보내면서 조금 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오래 쉬진 않을 것”이라며 “팬들에게 빨리 다음 작품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