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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국가유산청장 “반구대 암각화, 오히려 한국이 세계유산위 룰메이커로 부상하는 계기 될 것”

28.05.2026 1분 읽기

“과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출범이 이집트 아스완댐 건설로 인한 것이었듯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 문제가 한국이 부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룰메이커(Rule-maker)’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D-50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부산 세계유산위원회를 국제사회와 함께 다양한 세계유산 의제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담론을 선언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오는 7월 부산 세계유산위원회 기간에 비가 많이 올 경우 반구대의 암각화가 잠길 수 있고 이 경우 주최국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허 청장은 오히려 이런 문제가 한국이 새로운 시대 담론을 이끌어가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가 설명한 사례는 1960년대 이집트 아스완댐의 건설이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이 댐의 건설로 댐 건설지의 상류에 있던 아부심벨대신전 등 고대 유적이 대거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고 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국제협력으로 이 사업이 성공한 후에 과정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1972년 ‘세계유산협약’이 채택됐고 ‘세계유산위원회’ 설립으로 이어졌다.

허 청장은 “폭우에 잠길 수 있다는 반구대 암각화 우려를 세계유산위원회에 제기하면서 오히려 세계유산을 지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설명하고 또 국제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계기로 만들 계획”이라며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전환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에서 청동기 시대까지 지역 사람들이 바위에 새긴 그림으로, ‘국보’로도 지정돼 있다. 하지만 하류에 1965년 사연댐이 들어선 이후 많은 비가 와 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상류의 암각화가 침수된다. 허 청장은 “암각화의 수몰 방지와 지역민들의 용수 확보 딜레마를 풀기 위해 지난 20년 넘게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국가유산청이 제기해 해결을 주도할 담론은 △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세계유산을 어떻게 보호할 지 △ AI 등 최신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지 △ 한국이 처음 도입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어떻게 수행할 지 등이다.

이런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주제로 ‘부산 선언’이 발표되고 이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산 포럼’을 연례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허 청장은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는 말로만 전쟁에서의 세계유산 보호를 약속했을 뿐 지키지를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앉아서 회의만 해서는 안된다. 유네스코의 직접 행동을 요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묘 앞 고층건물 문제도 올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허 청장은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종묘 인근 외 태릉 지역은 이미 올초부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앞서 말한대로 1년 안에 끝낼 예정”이라며 “종묘 앞 세운4구역도 지난해 10월 영향평가 시작했으며 아마 지금쯤 끝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반구대 암각화의 수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리 사연댐의 물을 수위 43m까지 빼도록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기후부도 사태를 이해하고 46m까지는 물을 빼기로 했지만 폭우가 내리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여유분 3m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허 청장은 이날 벡스코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준비현황 보고회에서 “전문가들이 모이는 세계유산위원회와 함께 일반인들이 세계유산에 대한 관람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일반 축구장 약 2배 규모의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을 같은 기간 벡스코에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K헤리티지와 K컬처 관련 단일 전시장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열흘간 운영되는 대한민국관은 6개 중앙부처, 14개 지방자치단체, 13개 민간기관 등 33개 기관이 참여해 5개 전시 구역과 42개 전시·체험 공간으로 구성된다. 또 ‘대한민국과 유네스코’, ‘대한민국 세계기록유산’, ‘부산관’ 등 세 개의 주제관으로 나뉘며 한국과 유네스코 간 협력의 역사, 한국의 세계유산 17건, 세계기록유산 20건, 부산의 역사·문화·관광 콘텐츠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올해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7월 13일부터 사전포럼을 거쳐 7월 19일 개회식이 진행되고 29일까지 열린다. 한국은 1988년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이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 기간에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해 196개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전문가, 언론 등 국내외 세계유산 관계자 3000여 명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논의될 의제 총 181건 가운데 세계유산 34건의 신규 등재여부 결정도 포함돼 있다. 특히 ‘한국의 갯벌’ 2단계가 확대 등재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서천 갯벌과 고창 갯벌, 신안 갯벌, 보성~순천 갯벌 등 ‘한국의 갯벌’ 4곳은 동아시아에서 대양주를 잇는 철새 이동 경로의 중간 기착지이자, 대체 불가능한 철새 서식지 보전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정부는 여기에 전남 무안·고흥·여수 갯벌과 충남 서산 갯벌 등 4곳도 추가되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유네스코 전문가가 현지 실사를 마쳤으며 조만간 실사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허 청장은 “이번에 추가 등재되면 우리 서남해안 갯벌 전체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북한도 갯벌을 잠정 목록으로 등재한 상태”라며 “향후 남북한이 갯벌을 중심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중국에도 갯벌이 있어 단순히 세계유산 등재를 넘어 국제협력 프로젝트로 확대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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