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동 전쟁 국면 이후 처음으로 ‘수요 측 압력’을 물가 상승 요인으로 공식 거론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삼성전자 성과급을 예로 들며 “임금이 구매력 증가를 통해 수요를 키우면 그만큼 물가 압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앞으로 물가 오름세는 국제유가 상승의 파급 영향이 확대되는 가운데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 측 압력도 점차 커지면서 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직전 4월 통방에 없던 표현이다.
당시 한은은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즉 공급 충격에 물가 인식의 무게를 뒀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달리 이번 중동발 충격은 수요보다 원유 공급 측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과 삼성전자 성과급으로 대표되는 임금·소득 증가발 수요 압력이 새로운 물가 변수로 부상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신 총재의 발언도 이런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이날 통방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성과급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임금이 구매력 증가를 통해 수요를 키우면 그에 따른 물가 압력이 생긴다”고 답했다. 이어 “성과급에도 소득세가 있어서 그에 대한 낙수효과도 있을 것이며 이는 내년에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4월에는 중동 상황에 관심이 쏠려 수요 측 압력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지금은 당시 우려했던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고 보고 있고 성장률도 크게 상향 조정된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물가 동인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수요 측으로 옮긴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현재 물가의 메인 드라이버는 여전히 중동 상황과 유가 충격”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