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0돌을 맞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은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만한 의미 있는 성과를 배출해 왔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반도체 소재를 개발해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 연구부터 기후위기·고령화에 대한 해법까지 다양한 결과물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서울포럼 2026’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은 각종 난제에 대한 해법과 새로운 과학적 접근법을 제시한 성과로 박수를 받았다.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R&D) 성과로 국내 과학기술의 진보와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한 연구자들에게 부여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서울경제신문과 한국연구재단이 공동 주관한다. 1997년 시작해 올해로 29년 차가 됐다. 올해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 대우가 확대되면서 상의 명칭도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에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으로 격상됐다.
손동영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과학기술은 대한민국이 성장해 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힘이었다”며 “수상자 여러분과 같은 과학자가 끊임없이 등장해 한국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과학기술 강국이 되는 미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축사에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이 30돌을 맞는 내년과 올해는 과학기술계에 상당히 의미가 있는 전환기적 시점”이라며 “앞으로는 퍼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서 과학기술 5대 강국을 목표 삼아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석래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 또한 “국내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 진정한 주체는 정부가 아닌 현장에서 묵묵히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기술인”이라며 “오늘의 이 상이 앞으로의 연구에 더 큰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과학기술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이 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관련 연구가 산업계 등으로 전파되며 다양한 선순환 작용이 기대된다. 1월 수상자인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 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AI 인프라에 대한 비용은 절감하고 효율은 올릴 수 있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반 모듈형 AI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정 대표가 창업한 파네시아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독자 기술로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월 수상자인 민승기 포항공대(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이상기후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미래 기후 전망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관측·기후모델 비교를 통해 2030년대에 북극 해빙이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최초로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3월 과학기술인상은 김동하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에게 주어졌다. 김 교수는 차세대 초분자 키랄 광학 소재 기술을 개발해 빛의 성질을 나노 단위에서 정밀 제어하는 원천 기술로 광학·나노 기술 분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의 연구는 2025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되는 등 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4월 수상자인 심우영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구조의 반도체 소재를 개발했다. 이 연구를 통해 AI 연산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존 기술을 개선한 것이 아닌 세계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반도체 구조와 소자 개념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심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K문화뿐 아니라 K소재로 이름을 알리며 우리나라가 소재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5월 과학기술인상은 고령화 시대 급증하는 골 질환 해결의 실마리를 확보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한 이윤실 서울대 치의과대학원 교수에게 주어졌다. 이 교수는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골 형성을 촉진한다는 생물학적 기전을 최초로 규명했다. 해당 연구는 대사 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메타볼리즘’ 2023년 2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6월 수상자는 중소형 사회기반시설물의 실시간 재난·재해 경보를 위한 보급형 및 고정밀 변위 센서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손훈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다. 100만 원 이하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중소형 사회 기반 시설물의 미세한 처짐을 감지해 붕괴 사고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 교수는 “계속 연구와 사업화에 매진하고 기술이전도 하면서 이달 26일 발생한 서울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