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자본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나고 있는 탓이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 CET1 비율이 낮아지면 은행권 대출 여력도 줄어들 수 있어 은행권의 고민이 크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RWA는 전 분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3개월간 RWA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곳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다. 신한금융의 RWA는 지난해 말 현재 352조 9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말 365조 원으로 12조 원 이상 늘었다. 하나금융 역시 RWA가 같은 기간 288조 9000억 원에서 301조 1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마찬가지다. KB금융의 경우 RWA가 357조 원에서 366조 원으로 늘었다. NH농협금융도 RWA가 215조 4000억 원에서 224조 원으로, 우리금융 역시 RWA가 234조 5000억 원에서 241조 원으로 증가했다.
RWA 확대의 핵심 요인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다. 한 금융지주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장외 파생상품과 외화 자산 비중이 높다 보니 환율이 10원 오르면 통상 RWA가 5000억~7000억 원 정도 움직이는 민감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1440원대 후반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1분기 장중 1510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도 1510원 선 안팎에서 움직이는 추세다.
RWA 증가는 곧 CET1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1분기 환율 상승으로 CET1 비율이 약 0.25%포인트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82%에서 13.63%로, 신한금융은 13.35%에서 13.19%로 떨어졌다. 하나금융과(13.38%→13.09%), NH농협금융(12.25%→12.03%)도 각각 하락했다. 우리금융만 1분기 CET1 비율 하락을 방어했다.
문제는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이 확대될 경우 대출 확대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자본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자산 증가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른 기업대출 확대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 성장보다 자본 효율성 관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금융지주 리스크관리책임자(CRO)는 “최근에는 자산 규모 확대 중심 성장보다는 자본 효율성 제고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RWA 증가 목표를 관리하고 우량자산 중심 포트폴리오 운영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자본비율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주 관계자 역시 “RWA가 늘어난다고 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갑자기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장외파생상품 만기 관리 등을 통해 환율 민감도를 줄이려 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 시에는 전체적인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정도 외에는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