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는 ‘에이전틱 결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7개월 동안 누적 결제 건수는 1억 건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수십만 건의 AI 간 거래가 발생하는 셈이다.
25일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아르테미스에 따르면 집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집계된 에이전틱 결제 건수는 1억1310만 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결제 규모는 1630만 달러(약 247억 원)를 기록했다.
에이전틱 결제는 AI 에이전트가 사람 개입 없이 필요한 서비스와 데이터를 탐색하고 판단한 뒤 스스로 결제까지 수행하는 구조를 말한다. 아직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영역에서는 초기 단계지만 AI 에이전트끼리 비용을 주고받는 거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가 리포트 작성을 위해 외부 데이터 플랫폼의 유료 API를 호출하면 연결된 스테이블코인 지갑에서 비용이 자동 지급되는 방식이다. 또 다른 AI 에이전트에게 데이터 검수나 번역 작업을 요청한 뒤 결과물을 전달받고 실시간으로 비용을 정산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거래는 대부분 1달러 미만의 초소액 결제지만 발생 빈도가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카드·송금 시스템으로는 반복적인 초소액 결제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이 낮고 24시간 실시간 정산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연구 업체 타이거리서치는 “AI가 리포트 한 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API 호출과 데이터 요청, 외부 검수 의뢰 등 수십 건의 결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건당 고정 수수료가 높은 전통 결제 시스템은 비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에이전틱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블록체인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는 코인베이스의 레이어2 블록체인 ‘베이스(Base)’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르테미스에 따르면 주요 에이전틱 결제는 대부분 베이스 기반으로 처리됐으며 결제 통화 역시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USDC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솔라나·리플·폴리곤 등 주요 블록체인들도 AI 결제 인프라 구축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다만 AI의 자동 결제가 새로운 금융·보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AI와 스테이블코인의 결합은 보다 효율적인 인터넷 금융 시스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불확실한 의사결정을 적절한 통제 없이 자동 결제에 연결할 경우 새로운 금융·보안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