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우울증·불안장애 진료비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국민 정신건강 문제가 국가 차원의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심리상담 분야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 자격증이 난립하고 있어 상담 서비스의 질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 등록된 민간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은 총 332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난해 단 1명이라도 취득자가 있는 자격증은 156개로 전체의 5% 수준이다. 반면 국가가 관리하는 관련 자격은 전문상담교사·청소년상담사·임상심리사 등 3종에 그친다. 공적 자격 체계가 제한적인 사이 민간 자격증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셈이다. 실제 서양 점술 도구인 타로 카드를 활용한 심리상담 자격증만 216개에 달했다. 상담 수요 확대를 틈타 검증이 어려운 자격증까지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야 하지만 의료 인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2025년 6월 말 기준 정신의료기관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4148명으로 전년(4131명)보다 17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24년 115만 명에서 지난해 118만 명으로 증가했다.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가 커지는 속도에 비해 전문인력 공급은 더딘 셈이다.
공적 서비스의 문턱이 높고 전문인력이 부족한 사이 일부 국민은 상담사 대신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고민을 털어놓거나 사주·점 등 비전문적 수단에 기대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졌지만 이를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정책 마련과 함께 인력·예산 투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리상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온라인상에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립하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며 “단순히 정책을 제안하는 데 그쳐서는 한계가 있어 정책 효과가 현장까지 전달되고 실제 자살률 감소로 이어지려면 인력과 예산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