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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우주강국 목표보다 ‘우주에 왜 가나’ 목적부터 정해야”

25.05.2026 1분 읽기

김정곤

논설위원

한국판 뉴스페이스(New Space)를 표방하며 출범한 우주항공청이 27일 설립 2주년을 맞는다. 다음 달 미국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까지 겹치며 우주항공 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현실은 우주 선진국과 아직 격차가 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25년간 우주 미션을 이끈 전인수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특임교수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왜 우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미션이 보이지 않는다”며 “숫자로 목표를 내세우기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와우(WOW) 미션’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선 발사라는 수단의 성공에 환호하기보다는 ‘왜 우주로 나가는지’ 우주 탐사 미션의 근본 목적부터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JPL은 어떤 기관인가.

△JPL은 나사의 10개 현장 센터 중 하나로 무인 우주 탐사를 주도하는 연구기관이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교수와 학생들이 로켓 추진 실험을 위해 만든 연구 모임에서 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미 육군의 예산 지원으로 로켓 기술을 개발하다가 1958년 나사 출범을 계기로 산하에 편입됐다. 화성 탐사 로버(이동형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와 ‘퍼서비어런스’, 외계 행성 관측 망원경,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로 유명한 ‘보이저호’ 같은 심우주 탐사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인류의 우주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해 왔다.

-우주청의 지난 2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주청이 설립된 것 자체가 잘된 일이다. 전담 기구를 만들어 우주 외교의 주체성을 확보하고 누리호 민간 이전, 위성 발사, 예산 증가 등 기초를 다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쉬운 점은 초기 설립 과정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다. 우주청은 미션 중심 기관인데 출범 초기부터 인사권과 예산권을 놓고 조직 갈등과 리더십 공백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올해 새로 부임한 청장님이 조직 안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나.

△우주청이 차관급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청으로 있다 보니 국방부·기상청·기후에너지환경부 등 다른 부처와의 우주 관련 사업 조율이 어렵고 결정권에 제한이 있다. 설립 당시 국무총리 직속 혹은 대통령 직속으로 해서 전체 우주 사업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사는 장관급 기관으로 의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청장이 임명되고 예산도 독립적으로 편성된다.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다. 전체 우주의 청사진을 그리는 기관이 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위상이 필요하다.

-우주청의 ‘미션’에 대해 자주 언급해 왔는데.

△우주청이 목표로 하는 ‘5대 우주 강국’이라는 것이 다소 공허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쟁적인 목표는 달성하고 나면 새로 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뭔가 진취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모토가 있으면 좋겠다. 모토가 없다는 것은 근본적인 철학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예산이나 우주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왜 우주에 가는가”에 대한 국가적 답변이 아직 없다는 게 나사와 가장 큰 차이다. 나사는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는 과학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나사의 핵심 모토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모두를 위한 탐사’인데 미래 지향적이고 인류를 위한 탐사를 지향한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와우 미션’이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어 팩터(Awe Factor)’라는 표현을 쓴다.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라는 뜻인데 한국말로는 조금 어색하니 ‘와우 팩터’라고 표현했다. 보는 순간 “와!”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 바로 와우 미션이다. 달 탐사선이나 화성 미션 계획이 진행 중이니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왜” 가는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성공적인 발사와 착륙 자체가 주목적인 것 같은데 착륙 후 무엇을 하고자 한다는 스토리텔링이 아직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와우 미션을 수행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달 탐사선이나 화성 미션 외에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창의적인 와우 미션을 구상할 수 있다. 우주 선진국들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미션 중에서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것들을 국내 기술 수준에 맞게 선별해 빠르게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아르테미스 2호처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유인 발사 미션에도 참여하거나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사는 ‘실패를 자산화하는 문화’로 유명한데.

△조직 문화를 포함해 한 나라의 모든 문화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주청이 설립 2주년이 됐지만 아직 초창기다. 지금이 과감한 도전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적기다. 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다음을 위한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선의의 기술적 실패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제도적 뒷받침이 명문화돼야 한다. 현장의 소수 의견이 위로 전달되는 문화와 체계도 필요하다.

-한국 우주개발이 발사체·위성을 쏘아 올리는 성과에만 매몰된다는 지적이 많다.

△우주 미션에서 발사나 위성 개발은 수단이다. 유로파 클리퍼 미션이든 큐리오시티 미션이든 과학적 질문이라는 목적이 먼저 정해지고 그다음 탑재체, 위성, 발사체 순서로 결정된다. “누리호를 1년 후에 쏠 건데 무슨 탑재체를 실을까”라는 방식은 목적이 없기 때문에 탑재체 선정 기준에도 문제가 생기고 개발 일정도 발사 날짜에 끌려다니게 된다. 한국의 현실에서 톱다운 방식이 정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사고방식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과학자가 “유로파의 생명 가능성을 탐구해야 한다”고 말하면 정책 결정자는 “그게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되묻는다. NASA의 과학 미션과 유인 탐사가 GPS·메모리폼·정수 필터 등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 냈다는 사례를 직시해야 한다.

-스페이스X가 6월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한국 우주 생태계에 어떤 함의가 있나.

△스페이스X 상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의 우주 경제 어젠다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발사 시장과 데이터 시장을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같은 선발 초거대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특히 잘하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다만 어떤 기술의 시장을 먼저 만들려는 접근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미션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먼저 개발되고 그 기술이 필요한 시장이 형성되는 순서가 맞다. 한국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회사가 있다는 것은 우주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큐브위성(K-라드큐브) 개발 과정에서 쌓인 우주 방사선 측정 탑재체 기술과 반도체 내구성 검증 역량도 많은 미션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들어 나사와 JPL 예산이 크게 삭감됐다.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하고는 싶지만 예산 부족으로 못하고 있는 미션들을 한국 상황에 맞게 선정해 치고 나가야 할 때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나사 우주과학 예산 삭감은 실제로 심각하다. 과학적 가치가 충분히 검증됐지만 정치적·경제적 우선순위에서 밀린 미션들이 생기고 있다. L4 미션이나 화성 과학 미션들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고 금성이나 소행성 미션도 해당된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유럽우주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과의 협력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유럽도 미국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 중이라고 하는데 한국이 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이 국제 우주 무대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한 협력 전략은.

△우선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미션을 통해 나사나 ESA의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런 미션들을 통해 국제 미션 팀 안에서 실무 레벨로 함께 일할 수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를 키울 수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탑재체나 우주 기술을 개발해 다른 나라가 먼저 찾아오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 관계에서는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는 실력에 기반해 약속을 지키는 관계에서 쌓인다.

-정부가 2045년까지 5대 우주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세웠다.

△숫자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적합한 접근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션을 만들고 미션을 통해 기술과 인력을 개발하고 그 기술이 산업의 기반이 되면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이루려면 깊은 질문을 허용하는 문화와 기다릴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몇 번 발사했다’ ‘5대 우주 강국이 됐다’는 등의 정량적 목표보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는 미션을 한국의 여러 기관이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우주청이 해야 할 일이다.

-강의실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나.

△공학도이건 과학도이건 우주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재가 됐으면 한다. “무엇을 왜”라는 질문을 “어떻게”보다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표준현장실습학기제(Co-Op)나 인턴 활동을 통해 나사가 진행하는 큰 미션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가 많다. 큐리오시티 로버 미션 하나만 해도 해당 미션을 통해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이 20~30명이나 된다. 10년 뒤에는 한국이 주도하는 미션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인용하는 논문에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발사 뉴스가 아니라 발견 뉴스가 주가 되는 미션들이 있기를 바란다.

He is…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재학 중 미국으로 이민해 매사추세츠대 로웰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UCLA에서 핵융합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휴즈 스페이스 앤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해 2000년부터 나사 산하 JPL에서 우주환경 전문가, 우주환경그룹장, 우주방사선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심우주 탐사선 프로젝트인 L4 탐사와 협업했고 프시케·큐리오시티·유로파클리퍼 등 굵직한 우주 탐사 임무에 직접 참가했다. 2018년 나사 특별 공로훈장, 2023년 JPL 마젤란상을 수상했다. 2026년 3월부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특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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