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발(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한국 역시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하자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고환율과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를 경우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과 금융 부담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2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수개월째 15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지연 영향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강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까지 급등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번 주 장중 연 5.20%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압력과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환율·고유가·고금리라는 ‘3고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국내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운영자금과 시설투자를 위한 대출 부담이 커지고 회사채 발행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65%로 대기업 연체율(0.08%)의 8배 수준이었다.
‘영끌’ 대출에 나선 가계와 한계기업의 금융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36%로 집계됐다. 연초 연 2.935%와 비교하면 80.1bp 뛰었고, 한 달 전보다도 37.1bp 상승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 영향이 국내 시장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확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14조 원 증가했다.
기업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2%로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1.02%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뛰었고,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0.78%로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대내외 기준금리 인상 신호도 감지되면서 빚을 내서 투자한 ‘빚투’도 주식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시장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유가증권시장이 26조 3644억 원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코스닥 시장은 10조 179억 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코스피 상승세와 함께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도 빠르게 불어난 셈인데,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손해가 순식간에 불어날 것이라는 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