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지난달 초까지 선거관리위원회 내 휴직자 수가 176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선거철마다 휴직자가 급증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사유별로는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질병휴직 30명, 가족돌봄휴직 11명, 해외동반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이른바 ‘3대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 문제가 올해도 되풀이된 셈이다.
선거 준비가 본격화하는 시기에 선관위 휴직자가 급증하는 것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당시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3월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에 각각 치러져 ‘선거의 해’로 불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대선을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거만 치러지거나 주요 선거가 끝난 직후에는 휴직자 수가 적었다. 3대 선거가 없고 총 5석 규모의 보궐선거만 치러진 2019년에는 선관위 휴직자 수가 106명이었다. 재보궐선거가 끝난 직후인 2021년 5월에는 91명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었다. 주요 선거를 앞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 사이에 휴직 규모가 뚜렷하게 갈리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휴직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뒤에도 휴직자가 크게 줄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3월 시도선관위에 “향후 관리하는 선거에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요불급한 휴직은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던 상황에서 휴직 증가세가 나타나자 이를 막기 위한 고육책을 꺼낸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철 휴직 러시가 문제로 지적되자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다만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공개 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인력 공백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선관위가 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채 인원은 2022년 24명에서 2023년 81명, 2024년 121명, 지난해 115명으로 늘었다. 올해 공채 인원도 108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력 채용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선관위 경력 채용 인원은 2022년 106명에서 2023년 49명, 2024년 30명, 지난해 31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26명에 그쳤다. 2023년 감사원 조사를 통해 선관위 간부 자녀를 경력 채용해 휴직자 공백을 메우는 식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철 휴직 러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채 의원은 “선거 때마다 대규모 휴직 사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선관위가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의문”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