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2차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한 지 4시간 만에 자율교섭을 재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삼성전자 노조를 향해 “적정한 선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한 지 2시간 만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파업 직전까지 치닫던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노동부는 20일 “김 장관이 직접 조정하는 삼성전자 노사 교섭이 이날 오후 4시부터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교섭장에는 김 장관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여명구 삼성전자 DS 부문 피플팀장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사후조정이 시작될 때만 해도 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졌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고생했다”며 커피와 도넛을 건네기도 했다. 노조 측 분위기만 보면 사실상 서명 절차만 남겨둔 듯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교섭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회의장 밖에서는 불안감이 커졌다. 결국 ‘결렬’ 소식이 전해졌다. 회의장을 나온 최 위원장은 “노조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합의했다”며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다 울먹였다. 사측도 별다른 입장 없이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났다.
파국이 불가피해 보이던 순간 노사는 다시 움직였다. 사후조정이 결렬된 당일 곧바로 자율교섭을 재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와 노사 양측은 조정 불성립 직후에도 교섭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노동계와 산업계에서는 원론적 메시지일 뿐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이후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막혔던 대화의 물꼬를 튼 계기는 이날 오후 2시 국무회의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먼저 나눠 갖겠다는 노조의 요구를 겨냥해 “노동 3권은 남용되거나 악용돼서는 안 된다”며 비판했다. 이후 정부가 빠르게 움직이며 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섰다.
다만 극적 합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교섭은 중노위 사후조정처럼 조정안이나 중재안이 제시되는 절차가 아니라 노사가 직접 접점을 찾아야 하는 자율교섭이다. 양측의 추가 양보가 없다면 합의는 쉽지 않다. 다만 대통령이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만큼 정부가 긴급조정권 등 가능한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