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누적 용량이 150GW(기가와트)를 넘겨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누적 용량 100GW를 달성한 이후에도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을 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35년 1㎾h(킬로와트시)당 재생에너지 계약 단가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 용량 100GW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그 이후부터는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병행 보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해상풍력은 인프라 구축과 발전소 설치에 수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기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총 37.1GW로 이 중 대부분은 태양광발전소(30.8GW)다. 2030년까지 추가로 보급 가능한 육·해상 풍력 및 기타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6.6GW 정도에 불과하므로 남은 목표치 56.2GW는 전량 태양광발전소로 채워야 한다. 올해를 포함해 매년 원전 5.6기분의 태양광발전소가 새로 설치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민간·소규모 중심이던 태양광발전소 보급 패턴을 공공·중대규모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수도권과 강원·충청 등 10곳 이상에 총 12GW의 대형 플래그십 발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경기 시화·화옹지구와 평택의 간척지에만 영농형 태양광발전소를 3GW 이상 구축한다.
충청도 서해안의 폐석탄발전 부지에도 5대 발전사들이 총 3.2GW 이상의 태양광 설비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충남 태안·서산 간척지와 경기 북부 접경지대에 1~2 GW급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한다. 기후부 관계자는 “경기 북부의 경우 계통 여유가 7GW 이상이어서 송전선 설치 부담 없이 빠르게 태양광발전소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대 정책입지’에는 2030년까지 37GW의 태양광 설비가 더해진다. 4대 정책입지는 △산업단지 및 공장 지붕(19GW) △영농형·수상형(11.1GW) △도로·철로·농수로(4.4GW) △학교·주차장·전통시장(2.5GW)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부지를 소유하고 있거나 송배전 설비가 이미 갖춰진 곳이어서 빠른 보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4대 정책입지의 장점이다.
여기에 총 2500곳에 달할 햇빛 소득 마을과 민간 보급 역량 7~8GW가 더해지면 2030년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 용량 100GW 달성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기후부의 판단이다. 실제 이미 각 지방정부가 제출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단순 합산만 해도 2030년 90GW, 2035sus 153.4GW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보다 강화한 것은 2030년대부터 재생에너지가 전 세계 곳곳에서 주전원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석탄 발전량을 추월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31.8%였던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30년 52%, 2040년 60.8%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재생에너지 시대를 대비해 관련 제도도 개편한다. 과거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을 주도했던 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RPS) 제도는 폐지하고 장기 고정가격 계약 시장 입찰 제도로 전환하는 식이다. RPS는 발전사들에게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뒤 실제 발전 실적에서 부족한 부분은 민간 재생에너지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해 충당한다. REC는 재생에너지사업자에게 일종의 초과이익 역할을 하므로 시장 진입 유인이 커진다. 다만 최근에는 발전사들의 RPS 정산 비용이 급증하면서 전기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기후부는 태양광 발전 시장을 장기 고정가격 계약 중심으로 재편한다. 발전사업자들이 한국전력공사나 전기 수요 기업과 직접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발전사업자들은 실시간 전력도매가격(SMP)와 REC 가격 변동성에서 벗어나 발전 단가 이상의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한전과 발전사들은 불필요한 RPS 정산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중장기 계약 물량을 공지하면 시장 수요가 명확해져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기업의 영업 불확실성도 제거된다는 장점도 있다. 기후부는 여기에 더해 태양광 기자재 공동구매와 표준품셈으로 비용을 더 낮출 방침이다. 해상풍력 역시 공동 접속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자본 투입 비용을 최소화하고 계획 입지 제도를 통해 공기를 단축한다.
기후부는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면 현재 ㎾h당 150원 수준인 태양광 계약 단가를 2030년 100원, 2035년에는 80원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35년에는 태양광의 발전 단가가 현 원전(㎾h당 70~80원)과 비슷해지는 셈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주력 발전원이 될 수 있도록 걸맞는 경제성 메커니즘을 확보할 것”이라며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재생에너지, 원전 수준의 경제적인 태양광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풍력 발전의 단가도 10년 내 대폭 떨어트린다. 육상풍력의 계약 단가는 현재 ㎾h당 180원 수준인데 2035년 120원으로 33.3% 인하한다. 해상풍력은 같은 기간 330원에서 150원 아래로 54.6% 이상 낮춘다는 계획이다. 계약 단가는 발전 원가에 일정한 마진을 더해 발전사업자가 한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계약단가가 kwh당 150원 이하면 충분히 경제성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고정가격 입찰 로드맵을 중장기적으로 제시하고 국산품을 우대해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연 6GW 수준인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2030년께 연 10GW 수준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연간 0.8GW 수준에 불과했던 풍력 터빈 생산능력은 2030년까지 3GW 수준으로 키운다. 기후부 관계자는 “2030년 이후 태양광 모듈은 80% 이상, 풍력터빈은 60% 이상 국산 제품을 쓰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태양광 모듈, 태양전지, 풍력발전소 나셀 등을 경제 안보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발맞춰 유연성 전원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비중이 20%를 넘어서면 계통 관리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며 “이미 포화 상태인 송배전망 구축 속도를 높이는 것도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