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연 35만 개 생산할 수 있는 부품 공장을 건립한다.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아틀라스 로봇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기로 한 데 이어 로봇 부품 공장까지 현지에 짓기로 확정한 것이다.
현대차(005380) 그룹은 2만 5000대 이상의 아틀라스를 현대차·기아(000270) 의 미국 공장부터 투입할 계획이다. 양산 초기 현대차와 기아가 확실한 구매처 역할을 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발 빠르게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아틀라스가 연 5만 대 이상 생산될 경우 제조원가가 노동자 한 명의 1년 임금 수준인 3만 달러(약 4500만 원)까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액추에이터부터 아틀라스 완제품까지 체계 구축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8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해외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이 같은 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현대모비스(012330) ·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보스턴다이내믹스 등 6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2028년부터 연 35만 개 이상 규모로 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연 3만 대 규모로 아틀라스를 양산할 계획인데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의 내재화 방침도 처음 공개했다. 아틀라스 1대당 10여 개의 액추에이터가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의 관절 역할을 하는 구동장치로 휴머노이드 전체 제조 비용의 60%를 차지한다. 휴머노이드 부품을 책임지는 현대모비스가 액추에이터 공장의 운영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로봇 손인 핸드 그리퍼를 비롯해 휴머노이드 센서, 제어기 등 핵심 부품의 내재화를 통해 아틀라스 생태계를 갖춰나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의 자동차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 2만 5000대 이상을 도입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건설해 2028년 양산에 돌입하는 로봇 공장이 연간 생산 가능한 3만 대 중 80%를 넘는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시작으로 2029년 하반기 기아 조지아 공장으로 아틀라스 투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틀라스 양산 초기에는 대당 생산원가가 14만 달러(약 2억 원)지만 5만 대 이상 생산할 경우 3만 달러(약 4500만 원)까지 낮아져 현대차·기아 공장 투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빠르게 달성하려는 포석이다.
현대차그룹이 연산 35만 개 규모의 로봇 부품 전용 생산 시설을 새로 마련하기로 한 것은 정 회장의 로봇사업 비전이 한층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 현장에 적기 투입할 수 있도록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고 대량 양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업 청사진과도 일치한다. 그는 지난달 한 외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묻는 질문에 로봇을 첫손에 꼽으면서 “로보틱스와 피지컬 인공지능(AI)은 현대차가 모빌리티를 넘어 진화하는 과정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에서 3만 대의 로봇을 생산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제조 공정에 배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로봇 부품 생산 공장까지 미국에 두면서 물류 비용을 줄이고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물류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현지에 제조 밸류체인을 구축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로봇 부품 생산 공장은 아틀라스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을 120만 대로 지금보다 30만 대가량 늘릴 계획인데 이에 따른 생산성 제고를 위해 현지 로봇 생산 거점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배터리를 교체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24시간 내내 일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 노조가 고용 충격을 이유로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아직 로봇 사업을 펼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 있는 기존 자동차 부품 라인을 로봇 부품 전용 라인으로 개편하는 방안과 전용 신공장을 짓는 안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 신규 생산 시설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맡아 운영한다. 현대모비스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완성차와 스타트업을 정기적으로 만나 중장기 사업 전략을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로봇 사업 빠르게 궤도 안착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이 빠르게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아틀라스가 소형 냉장고를 통째로 들어 옮기는 영상을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며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아틀라스가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전신 제어와 물체 조작 능력을 갖췄음을 증명한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대규모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 학습을 통해 아틀라스가 단 몇 주 만에 이 동작을 학습했으며 학습 중 최대 45㎏의 냉장고를 옮기는 데도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가속화를 위해 구글 딥마인드와 협업하고 있다”며 “최첨단 로봇과 로봇 AI 기술을 융합해 산업의 대전환을 가속하겠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에 속도가 붙을수록 이 사업을 이끌어온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 시기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로보틱스 관련 기업 설명회에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과 김흥수 글로벌전략조직(GSO) 담당 부사장, 어맨다 맥마스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임시 최고경영자(CEO) 등 그룹 주역이 총출동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2021년 현대차그룹이 인수할 당시 11억 달러(약 1조 2482억 원)에서 현재는 최소 수십 배 수준으로 뛰어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