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이 핵심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해외 헤지펀드발 채권시장 충격의 국내 전이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은 국내 채권시장의 제도적 구조와 안정적인 국채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일본은행(BOJ)이 금융시스템 보고서(FSR)를 통해 경고한 ‘해외 헤지펀드의 고(高)레버리지 청산 리스크’와 관련해 국내 금융시장 영향을 내부적으로 분석했다.
앞서 BOJ는 보고서에서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활동하는 해외 헤지펀드들이 레포 거래와 금리스왑 등 파생상품을 결합해 높은 레버리지를 일으킨 채 채권 재정거래를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나 글로벌 자산가격 조정 등으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포지션 청산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채권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은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재정 부담 확대가 겹치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G7 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찾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채권시장을 항상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도 “시장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는 재정적자 확대와 정부부채 부담 누적으로 초장기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다만 한은은 국내 채권시장이 미국이나 일본 등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RP 시장은 장외거래 중심이지만 대부분 한국예탁결제원(KSD)을 통한 중앙청산 구조로 운영되고 있으며,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채에도 최소 103~107% 수준의 증거금이 적용된다. 선진국 헤지펀드들이 활용하는 무제한 레버리지 확대가 어렵다는 의미다.
국채 수급 여건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등 주요국이 국채 수요 둔화와 재정 부담 확대에 직면한 것과 달리 국내 채권시장에는 올해 들어 외국인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한은은 국내에서도 레버리지 기반 투자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해외 헤지펀드 동향과 글로벌 자금 흐름에 대한 점검은 지속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BOJ 보고서 발표 이후 해외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구조와 글로벌 스필오버 경로를 국내 시장 환경과 비교해 면밀히 점검했다”며 “대외 충격에 따른 글로벌 채권시장 동조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국내 시장의 제도적 특성과 안정적인 수급 구조를 감안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