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텔레비전에는 우주 외계인이 아시아인보다 더 많이 나오더라.”
1991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던 세 명의 아시아계 미국인 경영인들이 푸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TV 프로듀서이자 크리에이티브 경영인 웬다 퐁, 영화 프로듀서이자 경영인 크리스 리, 홍보 전문가 프리츠 프리드먼이 그들이다. 세 사람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태평양 지역 출신들이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서로를 지원할 필요성이 있음을 깨달았다. 아시아·태평양 엔터테인먼트 연합체 CAPE가 탄생한 배경이다. 그해 11월의 첫 행사는 로스앤젤레스의 한 중국 식당에서 열렸다.
35년이 흘렀다. 그간 CAPE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입하고 성장하는 것을 지원하는 개발 프로그램, 주요 스튜디오·방송국 대상 문화 컨설팅과 인재 추천, 박스오피스·스트리밍 성공을 위한 프로젝트 홍보를 지원했다. 작가, 감독, 크리에이티브 임원, 프로듀서, 배우 등을 위한 프로그램과 워크숍도 만들었다.
CAPE가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디렉터스 액셀러레이터(Animation Directors Accelerator)’ 프로그램이 있다. 이곳 공동 의장인 미셸 웡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프로듀싱했고 2021년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출신인 헬렌 밍쥬에 첸은 ‘케데헌’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또한 CAPE는 디즈니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넷플릭스의 ‘브리저튼’, 워너브라더스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포함한 수백 편의 프로젝트를 컨설팅했다. ‘기생충’ ‘미나리’를 포함해 아시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의 홍보에도 숨은 조력자로 활약했다.
2015년부터 CAPE를 이끌고 있는 미셸 스기하라 대표는 ‘할리우드의 거물’ ‘엔터업계의 대모’로 불린다. 그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나 자란 일본계 미국인 4세이다. 클레어몬트매케나칼리지를 우등으로 졸업했고 경제학과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아시아계 미국인학을 부전공한 후 UCLA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한 재원이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전미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변호사 협회’에서 ‘40세 이하 최우수 변호사 상’을 수상했고 로스앤젤레스의 상위 2.5% 변호사들에게만 주어지는 ‘로스앤젤레스 매거진’의 ‘슈퍼 변호사 라이징 스타’로 7년이나 선정됐다. 영화 프로듀서와 클레어몬트칼리지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는데 눈에 띄는 이력으로 ‘즉흥극 공연’이 있다. 스스로 공연하며 ‘변호사를 위한 즉흥극’을 가르치고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연극의 친구들’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스기하라 대표는 ‘미디어에서의 아시아인 재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여성’ ‘포용적인 스토리텔링’ 등을 주제로 전 세계에서 특출난 강연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