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기존 약국 중심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건강기능식품 판매 채널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다이소와 편의점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창고형 약국과 배달의민족 등 퀵커머스 채널까지 확장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의 건기식 분야 입점 업체는 지난해 2월 말 기준 3곳·상품 30여 종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22곳·160여 종으로 증가했다. 약사 단체의 반발에 부딪히면서도 다이소에 진출한 제약사가 꾸준히 늘어난 영향이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CU는 올해 건기식 특화점을 4000개 이상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을 공개했고, GS25도 현재 전국 5000여 개 매장에서 건기식을 판매하며 제약사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 채널 확대의 핵심은 소포장·저가 전략이다. 종근당은 최근 다이소 전용 브랜드 ‘데일리와이즈’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6종을 출시했다. 비타민·오메가3·유산균 등 제품을 6~12일분 단위로 구성하고 가격은 1000~5000원대로 책정한 게 특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용량·소포장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동화약품도 다이소용 생활건강 라인업 9종을 출시했다. 활명수 브랜드를 활용한 ‘편안 활’은 출시 직후 온라인몰에서 일시 품절을 기록했고, 마그네슘 제품으로 구성된 ‘by.마그랩’ 라인도 건강식품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제약사와 편의점이 제품 출시 전부터 협업해 맞춤형 제품을 기획·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14일분의 소용량 건기식 12종을 3500원 균일가로 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제약사들의 약국 밖 유통 확대는 약사 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왔다. 지난해 2월 다이소에서 건기식 9종 판매를 시작한 일양약품이 약사 단체의 반발에 판매 시작 닷새 만에 철수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약사회가 제약사들의 다이소 진출을 조직적으로 막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제약사들이 비약국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것은 소비 트렌드 변화와 수익 구조 다변화 필요성 때문이다. 건기식은 전문의약품보다 규제 부담이 낮고 기존 제약사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 확장이 용이하다. 또 고물가 기조에 저가 제품 수요가 늘어난 점도 채널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고형 약국도 새로운 유통 축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6월 경기 성남시에서 552㎡ 규모의 메가팩토리약국이 문을 열며 국내 창고형 약국 시대가 열린 것이다. 500㎡ 이상 대형약국은 지난해 8곳, 올해 10곳 새로 등장하며 확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망 외에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퀵커머스 채널 진출도 시작됐다. 동아제약은 올해 배달의민족 B마트에 건기식 브랜드 ‘셀파렉스’ 제품 4종을 입점시켰다. 멀티비타민·루테인·오메가3·프로바이오틱스 등 전 제품을 1개월분·5000원 균일가로 구성해 소포장·가성비 전략을 이어갔다. 다이소 진출의 선두 주자 격인 종근당건강도 B마트에서 비타민과 유산균 제품을 판매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기식이 약국에서만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편의점·다이소·배달앱에서 필요할 때 바로 사는 일상 소비재로 바뀌고 있다”며 “고물가 속에서 소비자들의 소용량·저가 제품 선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제약사들의 비약국 유통 채널 확대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