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영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요구가 단순한 성과급 재원 논쟁을 넘어 기존 국내 대기업의 임금체계와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처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으라는 요구가 주요 대기업 노조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20%, 카카오 노조는 13~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성과급 규모는 사업장별로 수백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 기업의 성과급 합의가 업종을 넘어 임금 교섭의 기준선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이 같은 요구가 국내 대기업의 기존 임금체계와 충돌한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정년 보장과 호봉제 등 강한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는 대신 기본급 인상 폭을 억제하고 성과급·격려금 등 변동 보상으로 임금 총액을 보완해왔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면 성과급의 변동비 성격은 약해지고 사실상 고정급에 가까운 비용으로 바뀔 수 있다. 고용 안정과 호봉제는 그대로 둔 채 미국식 성과 보상 체계만 도입할 경우 기업의 부담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경영권 침해 논란도 제기된다. 영업이익은 곧바로 나눠 가질 현금이 아니라 연구개발, 설비투자, 인수합병, 차입금 상환, 미래 위험 대응 등을 고려해 배분해야 할 경영 자원인데 이를 의무적으로 분배하고 그 방법을 명시하자는 것은 경영자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이는 성과급이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학계와 경영계에서는 목표 달성에 따른 사전 약정형 성과급과 달리 경영 성과급은 사후 이익 배분 성격이 강한 만큼 기업의 배분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대기업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단어의 착시일 뿐 본질은 영업이익을 고정적으로 나눠달라는 ‘기업 실적 배당 요구’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주권 침해 논란도 불가피하다. 기업은 근로자와 거래처·채권자 등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을 부담한 뒤 남는 이익을 배당이나 주가 상승의 형태로 주주에게 돌려준다. 반대로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위험도 주주가 부담한다. 그런데 근로자가 기본급과 고용 안정은 유지한 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먼저 배분받으면 손실 위험은 주주가 지고 이익은 노동자가 우선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주주들은 투자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배당을 받지만 노조는 적자가 났다고 임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며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이 제도화되면 인건비 중 고정비 비중이 높아지고 투자자도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와 함께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에서는 노조의 주장대로 성과급 보상 체계를 강화하려면 금기시되는 노동 유연성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과가 좋을 때 더 많은 이익 배분을 요구한다면 성과가 나쁠 때 임금 조정, 성과급 축소, 인력 재배치,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전환도 논의해야 균형이 맞는다는 것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임금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높은 성과 때 고액 보상을 요구한다면 낮은 성과 때는 고용 탄력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