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회.’
올 2월 마약에 취해 포르쉐를 몰다 반포대교 아래로 추락해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피고인 황 모 씨가 지난달 이후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의 횟수다. 주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일일 연재물에 가까운 빈도다. 그는 첫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단약 일지와 준법서약서까지 포함해 총 33건의 서류 공세를 쏟아붓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반성문은 법정에서 피고인이 재판부의 선처를 구하는 가장 고전적인 수단으로 통한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원활하지 않을수록 가해자들이 더욱 매달리는 도구로도 작용해 왔다. 법원 양형기준상 일반 감경 인자로 ‘진지한 반성’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범행을 얼마나 깊이 뉘우치는지가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는 점을 악용한 오랜 관행이다.
피고인의 형량을 인위적으로 깎아준다는 ‘반성문 비즈니스’는 이 틈을 타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럴듯한 문장을 단숨에 찍어내 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시장의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작업을 대행해 주는 행정사 사무소들의 시세는 건당 약 7만 원 선부터 형성돼 있다. 이들은 AI 특유의 말투나 템플릿을 피하라는 노하우까지 공유하며 피고인들을 유혹한다. 무자격 작가의 대필을 경계하라는 광고 문구는 성찰마저 유능한 대리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로 이어진다.
단순 서류 제출을 넘어선 ‘감형 패키지’ 시장도 갈수록 고도화되는 추세다. 일부 로펌과 업체들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의뢰인과 밀착해 맞춤형 양형 자료를 설계한다. 헌혈 증서나 기부금 영수증을 확보하는 데서 기초 공사가 시작된다. 전문 클리닉에서 약물 음성 반응을 지속적으로 확인받은 진료 내역서를 확보하고 재활 교육 이수증을 얹고 나면 물증이 조립된다. 여러 소개 글에서처럼 “구속영장을 방어하고 최선의 선처를 노리는 수단”이 빈틈없이 완성되는 식이다.
양심까지 외주화한 포트폴리오가 버젓이 거래되는 풍경이다. 법원이 양형에서의 ‘진지한 반성’을 2022년 새로 정의하는 등 자정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현장의 감형 비즈니스는 보다 교묘하게 생존하는 실정이다. 피고인의 반성은 서류 뭉치가 아니라 오직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책임지는 자세에서만 시작될 수 있다. 꾸며진 성찰의 무용성을 법원이 판결로써 증명하지 않는다면 법정은 진실을 가리는 무대가 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