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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 덕분에 뜬 中 천단…그런데 대한의 환구단은

18.05.2026 1분 읽기

지난 14~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베이징 방문에서 정상회담 등 외교 절차 외에 가장 주목받은 것은 문화유산(문화재)인 천단(天壇·톈탄)으로 평가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을 일부러 천단으로 데려가 핵심 건축물인 기년전을 배경으로 중국 문명을 과시했다.

당일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중앙TV(CCTV)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기년전을 참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기년전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天圓地方·천원지방)는 중국인의 우주관과 처세철학(처세술)을 상징한다. 중국의 고대 집정자(위정자)는 천단에서 성대한 제사를 지내며 나라의 번영과 백성의 평안(國泰民安·국태민안), 순조로운 날씨를 기원했다. 이는 백성이 나라의 근간이니 뿌리가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本固邦寧·본고방녕)는 중국의 전통사상을 체현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중화문명의 민본사상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자신감이 넘치는 말이다. 역대 중국 황제들이 천명을 받아서 인민을 통치했고 천단은 이를 위한 주요한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중국 공산당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우리는 이런 존재들이니 당신(미국)들도 그렇게 대우해 달라’고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중국식 독재와 전체주의가 세계인들의 비난을 사고 있지만, 늘 그렇듯이 그들의 논리는 그럴듯하다.

TV 화면과 사진 등에 보인 기년전의 풍모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었다. 동양 사상의 주도국이 마치 중국이나 중국 공산당인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시진핑은 자국의 역사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천단은 중국에서 명·청 시대 군주가 제천 의식을 진행하던 제단이다. 대지 면적은 273만㎡로, 궁궐인 자금성의 4배 정도다. 명나라 초반인 1420년에 완공됐고 이후 계속 증축됐다. 핵심 건물은 기년전과 황궁우, 그리고 원구단(제단)이다. 원구단은 원형인 야외 제단으로 실제 제천 의식이 진행된 곳이다. 황궁우는 위패를 보관하고 있다. 기년전은 실내 제단이다. 천단을 상징하는 건물이 기년전으로 트럼프와 시진핑이 만난 곳도 이곳 기년전 앞에서다.

그럼 같은 동양 문명권이고 제천 행사를 한 우리나라에는 베이징 천단 같은 구조물이 없을까. 당연히 있다. 중국은 최고 수장이 이를 끊임없이 보존 활용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의 동쪽에는 ‘환구단’이 있다. 조선의 고종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하늘에 제사를 드리기 위해 1897년 건설한 것이 환구단이다. 쉽게 말해서 ‘황제국’에 맞춘 제천의식을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위치는 당시 고종이 머물러 있던 덕수궁(경운궁)의 맞은 편이었다. 환구단은 크게 제사를 드리는 3층의 원형 제단과 ‘하늘신’의 위패를 모시는 3층 팔각 건물 황궁우 등 두 부분으로 돼 있었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지배되면서 마찬가지로 환구단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일본은 1913년 환구단의 대부분을 훼철하고 그 자리에 조선경성철도호텔이라는 이름의 호텔을 지었다. 마치 호텔이 근대문명의 상징인 듯이 말이다. 정확히는 대한제국의 역사를 삭제하려는 고도의 음모였다.

최근 역사왜곡 논란을 낳은 ‘21세기 대군부인’ 같은 드라마를 보니 일제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기도 하다.

환구단은 철도호텔의 북쪽 구석에 ‘황궁우’만 남아 명맥을 유지했다. 이는 1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제의 철도호텔은 현재 웨스틴 조선 서울 호텔로 바꿔서 자리를 그대로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환구단을 우리 대통령이 방문한 적도 없고 당연히 외국 원수를 안내한 적도 없다. 웨스틴 조선호텔의 ‘정원’처럼 취급되고 또 일반인들이 산책코스 정도다. 중국의 천단을 부러워하기 전에 우리 것이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지난 2023년 5월 9일 최응천 당시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장)이 조선호텔에서 문화재청장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에는 문화재청이 조선호텔에서 자주 행사를 열었다. 기자가 “지금 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이곳 환구단 유적을 복원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했을 때 최 청장은 간단히 “없다”고 대답한 바 있다.

이런 문화재청의 조선호텔 행사는 국회에서도 문제가 됐다. 2024년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환구단을 훼손한 자리에 지어진 건물에서 문화유산 관련 행사를 열고 막대한 임대료가 지급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이후 공식적으로 국가유산청은 조선호텔 시설 사용을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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