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산업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콘솔 시장을 신작 ‘붉은사막’으로 뚫어낸 펄어비스가 4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관심은 벌써 신작 효과가 꺾이는 내년 이후 펄어비스의 매출 유지 전략에 집중되고 있다. 붉은사막 확장판과 차기작 적기 출시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3월 19일 붉은사막을 출시한 이후 약 두 달 동안 총 18번의 업데이트(패치)를 진행했다.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2019년부터 약 7년간 개발한 AAA급(블록버스터급) PC·콘솔 패키지 게임이다. 출시 직후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발빠른 개선으로 이용자 평가가 바뀌며 한 달도 안 돼 500만 장을 팔아치웠다. 그 결과 펄어비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121억 원,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2597%라는 역대급 실적을 썼다. 매출은 3285억 원으로 420% 늘었다.
붉은사막 효과로 펄어비스는 4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이 확실시된다. 펄어비스는 초기작 ‘검은사막’을 2015년 선보인 후 차기작인 붉은사막 출시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2023~2025년에는 영업 손실을 낸 바 있다. 시장 예상대로 붉은사막이 연내 900만~1000만 장의 판매량을 달성하면 올해 이 게임에서만 최대 7348억 원의 매출이 나오리라는 것이 회사의 전망이다. 펄어비스가 12일 실적 발표 때 제시한 올해 연간 가이던스는 영업이익 4876억~5726억 원, 매출 8790억~9754억 원이다.
관건은 차기작 출시 전까지 나타나는 매출 하락기를 어떻게 잘 버텨내느냐다. 온라인 게임이 출시 후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붉은사막 같은 PC·콘솔 패키지형 게임은 출시 초기에 매출이 집중된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분기 매출이 1100~1800억 원대로 꺾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별로 예상한 내년 펄어비스 매출 예상치는 적게는 4011억 원(NH투자증권)부터 많게는 7074억 원(DS투자증권) 정도다. 올해 매출 가이던스 최고치(9754억 원) 대비 58~27% 가량 적은 금액이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확장판 격인 ‘DLC(다운로드 콘텐츠)’와 별도 차기작을 차근차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DLC는 출시된 게임에 새 요소를 추가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후속 상품을 의미한다. 국내 게임사의 경우 네오위즈가 ‘P의 거짓’을 2023년 출시한 후 지난해 6월 DLC를 내놓아 재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P의 거짓은 본편이 200만 장 가량 팔린 상태에서 DLC 출시로 누적 판매량을 3월 기준 약 400만 장까지 끌어올렸다. 펄어비스가 차기작 ‘도깨비’ 출시 목표 시점을 2028년으로 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붉은사막 DLC는 이보다 앞선 내년께 나올 가능성이 높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도깨비와 플랜8 등 신작 2종을 개발 중”이라며 “2~3년 주기의 신작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우선 도깨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속도를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붉은사막으로 현금 창출력이 좋아지는 것은 차기작 준비에 든든한 뒷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리포트에서 올해 펄어비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3703억 원 순유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년간 본업에서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이 붉은사막 개발비로 추정되는 1500억~2000억 원보다 훨씬 큰 셈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펄어비스는 경쟁사보다 개발 속도가 뒤처지는데 붉은사막 흥행으로 차기작 출시까지 자금적,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며 “차기작을 목표 시점대로 내놓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