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 경상 환자의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8주룰’ 도입이 상반기 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보험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부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가벼운 부상에 대한 과잉 진료로 보험금 누수가 지속 발생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한방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4%로 사상 처음 6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방 의료비 비중은 2015년까지만 해도 23.0%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1년 54.6%로 양방 진료비 비중을 처음 추월한 후 지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한방 진료비로 지급된 보험금만 1조 7000억 원으로 2015년(3500억 원) 이후 10년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미한 접촉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정형외과보다는 한방병원부터 찾는 현상이 고착화됐다”며 “치료 효과가 좋다기보다는 장기간 입원을 시키면서 합의금을 더 받으라고 유도하는 일부 의료기관 때문에 한방 진료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상 환자의 과잉 진료로 자동차보험의 진료비 누수가 심해지자 8주룰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추진하고 있다. 8주룰은 단순 타박상 등 경미한 부상인 상해등급 12~14급 경상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받을 경우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심의를 받도록 한 제도다.
8주룰은 당초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한방 의료 업계가 환자 치료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도입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해당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까지 통과해 국무회의 상정과 의결만 남겨둔 상태지만 상반기 시행이 어렵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에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8주룰 시행에 필요한 인력 채용 공지를 냈다가 취소하는 등 현장 혼선도 발생하고 있다.
8주룰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손보 업계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차량 2·5부제 시행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인 특약 등으로 부담은 늘었는데 정작 필요한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4년 동안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제한하면서 지난해 자동차보험 적자는 708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4곳의 올해 1~3월 누적 손해율은 85.9%로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늘었다. 통상 손해율이 80%를 넘을 경우 보험사 적자가 발생한다. 5년 만에 보험료를 인상했으나 그동안 누적된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손해보험업종본부가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이 표출되고 있다. 엄민식 사무금융노조 손보업종본부장은 “일부 이익 단체의 외압 때문에 시행이 연기되다가 원점 재검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나이롱환자의 도덕적 해이와 부당한 보험금 편취로 여러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8주룰 도입이 지연될수록 자동차보험료 인상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정부나 업계를 통해서 8주룰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끝내고 시행일까지 정해졌는데 일부 이권 단체의 민원 때문에 자꾸 미뤄지는 것”이라며 “자동차보험 과잉 진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보험사들이 자칫 경영 위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