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빌린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속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중 상환되지 않은 비율은 18.0%(인원 기준)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가장 높다. 1인 평균 체납액도 141만 원으로 역대 최대다. 월세·식비 등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득이 충분치 못한 사회 초년생들이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장기간 빚의 수렁에 빠진 차주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난해 배드뱅크 프로그램인 새도약기금을 출범했다. 갚을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취약층을 신용불량자로 방치하기보다 빚을 탕감해줘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다. 2030세대는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과 그 효과가 높은 계층으로 꼽힌다.
그러나 20대 청년들에게 학자금대출을 내주는 한국장학재단은 아직 새도약기금과 장기 연체 채권(7년 이상·5000만 원 이하) 매각 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새도약기금이 매입 협약을 맺지 못한 영역은 한국장학재단과 대부업체 정도”라고 밝혔다. 한국장학재단이 보유한 대상 채권은 약 250억 원, 차주 기준으로는 약 4000명이다. 학자금대출은 학적을 보유한 이들에게 내주기 때문에 7년 이상 연체해도 2030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민간 금융회사에 빚을 진 차주들과 달리 학자금대출 연체가 있는 청년들은 아직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새도약기금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 초까지 은행·보험·카드·대부업 등 전 금융권에서 7조 7000억 원 규모의 연체 채권을 사들여 60만 명을 추심에서 해방시켰다. 하지만 한국장학재단의 매각 협정 체결이 늦어지면서 청년 차주들은 이런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학자금대출도 90일 이상 연체되면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으나 새도약기금의 최대 원금 감면율(80%)이 10%포인트 높아 더 유리하다.
한국장학재단은 법령상 근거 미비로 참여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행복기금이 운영되던 2014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장학금대출 채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한국장학재단법을 개정했으나 1년 한시 규정으로 들어오면서 현재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새도약기금은 지난해 6월 새 정부 출범 보름 만에 발표한 핵심 국정과제다.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개정안 발의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장학재단 측은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하기 위해 국회와 소통 중”이라고 밝혔지만 6월 지방선거, 7월 후반기 국회 구성을 앞두고 있어 법안 처리까지 변수가 많다. 올해 10월까지 장기 연체 채권 매입을 끝내겠다는 금융위의 계획도 밀릴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민간 금융사에는 포용금융을 강조하면서 한국장학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저축은행·카드 등 전 금융업권은 새도약기금 출범을 위해 총 4400억 원을 출연했고 장기 연체 채권도 액면가의 5% 수준으로 팔고 있다. 특히 전날에는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가 새도약기금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 문제가 돼 카드사들이 즉각 매각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대부업계를 향해 참여 독려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임에도 포용금융 취지에 공감해 수용하고 있다”며 “민간 금융사에 압박을 하기 앞서 공공 영역이 솔선수범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