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강세에 르노코리아가 올해 들어 37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경영 수렁에 빠졌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부품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차 한 대당 최대 200만 원의 원가 부담을 추가로 떠안은 게 주요 원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 재무본부는 최근 이 같은 경영 상황을 내부에 공유했다. 르노는 올해 1~2월 약 3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위안화 환율 상승세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면 올 상반기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르노의 연간 실적 추이를 보면 2022년 1848억 원의 영업익을 내며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으나 이후 매년 실적이 줄어 지난해에는 206억 원까지 내려앉았다. 올해는 연간 기준 4년 만에 적자 전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올해 실적 낙폭이 큰 것은 원·위안화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다. 르노는 주요 차종에 들어가는 부품을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위안화 환율이 뛰면서 수입 비용이 덩달아 늘어났다.
문제는 환율이 르노가 당초 예상한 수준을 크게 웃돌아 경영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르노는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원·위안 환율이 연 평균 189원 수준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위안화 환율은 올 1월 200원대에서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달에는 220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르노는 차 한 대당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의 원가 부담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동 전쟁에도 중국의 낮은 석유 의존도가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무역 흑자로 늘어난 외화가 위안화 강세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어 르노의 환율 리스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는 국내 자동차 판매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불어난 원가를 판매가에 전가하기도 어렵다. 경쟁사인 현대차와 기아가 할인 조건을 강화하며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르노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자사 생산 물량의 70%를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국내 판매가 줄면 전체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라 가격 인상에 특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 르노는 부품 조달처를 중국에서 국내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환율 변동에 따라 중국산을 쓸 때보다 원가 부담이 되레 커질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환율 요인을 배제하더라도 당분간 르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르노는 고정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연간 15만 대 이상의 생산 체계를 갖춰야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올해 생산 목표인 9만 9000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가 지난해에도 10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것을 연간 목표로 삼았는데 실제 실적은 8만 대 수준에 그쳤다”면서 “올해도 판매 여건이 녹록지 않아 연간 목표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르노는 주력 차종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일정을 앞당기는 등 시장 수요를 다시 끌어올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르노 본사와도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KG모빌리티 등 중국산 부품을 쓰는 다른 완성차 업계의 원가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중국산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8억 2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었다. 중량 기준 수입 증가율이 같은 기간 8.7%로 수입액 증가율을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상승이 완성차 업체의 원가 부담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