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5%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개선 등에 따라 2월 전망(1.9%) 때보다 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올렸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면서 “추가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재정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을 포함한 유연한 통화정책도 함께 주문했다.
13일 KDI는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상반기 3.1%, 하반기 1.9%로 각각 전망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2.5% 성장이다. 내년에는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올해 GDP 성장률이 전망치대로 실현될 경우 2차 추가경정예산 등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재정의 필요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경기 확장기와 경기 부양은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라며 “중동 전쟁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다면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재정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성장률이 0.6%포인트 상향 조정된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자리잡고 있다. 정 부장은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보다 반도체 수출의 긍정적 영향이 더 컸다”며 “성장률 상향 조정분 중 반도체 기여도는 0.3% 포인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족한 공급 능력이 빠르게 확충될 경우 수출 증가에 따라 성장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반면 중동 전쟁은 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봤다. 1차 추가경정예산은 0.2%포인트 높이는 요인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수출액 급증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390억 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2137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지난해 흑자 규모(1231억 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전체 수출은 올해 4.6%, 내년 2.2%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취업자 수는 인구구조 변화에도 내수 회복세로 인해 올해와 내년 모두 17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제시했다. 중동 전쟁 발발 전인 2월 전망치(2.1%)보다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민간소비가 개선되면서 수요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누적됐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공급 측 물가 상방 압력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내년은 2.2%로 예상했다. 근원물가는 올해 2.5%, 내년 2.3%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물가 압력에 따라 금리 인상도 주문했다. 정 부장은 “고물가가 지속된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그게 이달일지, 하반기일지 현재의 불확실성 하에서는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간소비는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에도 소득 여건 개선과 정부 지원 정책 효과로 올해 2.2%, 내년 1.5% 늘어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올해 3.3%, 내년 2.4%의 비교적 높은 증가율이 예상된다. 반면 건설투자는 중동 전쟁발 공사비 상승 부담으로 올해 0.1% 증가에 그치다가 내년 1.1%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불확실성 요인도 적지 않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수급 차질과 생산 비용 상승에 따라 성장세가 악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KDI는 분석했다. 실제 이번 전망은 두바이유 기준 원유 도입 단가를 올해 배럴당 91달러, 내년 82달러로, 원·달러 환율은 현 수준(1475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제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정 부장은 “강도와 지속 기간 등 전제가 없어 정량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실제 실행되면 방향성 자체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의무지출 구조 개편 필요성도 강조했다. 기초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내년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초연금은 취약 노령층에 집중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학령인구 변화에 연동되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