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뉴욕과 베트남 하노이, 멕시코 멕시코시티에 공공기관 통합청사를 건립한다. 한 도시 내에 흩어져 있는 공관과 공공기관 사무공간을 같은 건물이나 부지 안에 배치해 임차료 부담과 업무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국유재산관리기금 예산에 뉴욕·멕시코·베트남 3개 해외 공공청사 복합개발 사업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해외 공공청사 복합개발은 현지에 분산된 재외공관과 공공기관 해외지사를 한 건물 또는 한 부지에 모으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2024년 해외 국유재산 복합개발 시범사업으로 검토됐던 내용보다 범위가 넓어졌다. 당시 후보지로 거론된 뉴욕과 멕시코에 베트남이 추가됐다. 입주 대상도 외교부 공관에 그치지 않고 KOTRA(코트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공공기관 해외지사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지역별 추진 속도는 다르다. 멕시코는 이미 부지를 확보해 대사관과 문화원, 현지 공공기관 지사를 함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뉴욕은 총영사관과 KOTRA·무역보험공사 등 맨해튼 미드타운 일대에 흩어진 기관 가운데 통합 대상을 추리고 있다. 베트남은 후보지와 입주 기관을 살피는 초기 단계다.
정부가 해외 공공청사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해외 행정 수요가 커지는 반면 현지 거점은 기관별로 흩어져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민원과 기업 지원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관·문화원·공공기관 해외지사는 같은 도시 안에서도 별도 사무공간을 쓰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뉴욕처럼 임차료가 비싼 도시는 사무공간 확보 부담이 커 국유재산을 활용한 해외 거점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뉴욕에서는 총영사관·문화원·KOTRA 뉴욕무역관·무역보험공사 뉴욕지사가 맨해튼 일대에 있으면서도 별도 공간을 쓰고 있다. 멕시코시티와 하노이도 대사관, 문화원, 수출 지원기관이 따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통합청사가 조성되면 임차료 부담을 낮추고 기관 간 업무 연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외국민은 영사 민원과 문화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고 현지 진출 기업은 수출·투자·금융 지원 창구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통합청사 일부 공간을 전시·홍보 공간으로 활용하면 K콘텐츠와 국내 기업 제품을 현지에 알리는 거점으로도 쓸 수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교부 공관만 입주하는 게 아니라 해외지사도 같이 입주하는 것”이라며 “현지에 있는 모든 기관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방식은 아니며 구체적인 입주 기관은 협의 단계”라고 설명했다.
연구기관도 해외 통합청사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국토연구원은 해외 사례 연구에서 영국이 통합정부청사 개발사업을 통해 파편화된 국유재산을 통합하고 부처 간 협력을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통합청사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해외 부동산 시장의 속도에 맞춘 의사결정이 과제로 꼽힌다. 대규모 부지나 건물을 찾는 과정에서 매도자가 호가를 올릴 수 있고 예산 절차를 거치는 사이 적합한 물건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4년 시범사업 검토 당시 뉴욕 후보지 물색 과정에서도 입지와 가격 측면에서 적합한 건물이 있었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며 예비타당성 조사 등 재정 절차가 필요해졌고 그 사이 매입 기회를 놓친 것으로 전해졌다.
배유진 국토연구원 국공유지연구센터장은 “2024년 시범사업 검토 당시 뉴욕에서 1순위 후보지로 봤던 건물이 있었지만 예산 반영을 준비하는 사이 이미 매각된 적이 있었다”며 “계약금 일부라도 먼저 집행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입지 선정과 통합 범위도 과제로 꼽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관은 재외국민 보호 등 국민 접근성이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다”며 “국민들이 도움을 청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