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모회사 쿠팡Inc가 올해 1분기 12조 원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고객 보상 바우처 지급과 물류·운영 비용 증가가 겹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12조4597억 원(85억 400만 달러·평균 환율 1465.16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3545억 원(2억 4200만 달러)으로 지난해 1분기 2337억 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이는 4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389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핵심 사업의 성장 둔화도 두드러졌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을 포함한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은 10조51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총 영업비용은 12조 8135 억원으로 늘어나며 매출을 웃돌았다.
이번 실적 악화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비용 부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이 올해 1월 약 1조 6850억 원 규모로 시행한 고객 보상 바우처가 매출에서 차감된 데다, 수요 둔화로 유휴 설비 운영비와 재고 유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고객 보상 바우처 비용이 대부분 1분기에 반영됐고 2분기에도 일부 이어질 것”이라며 “고객이 정상화되더라도 근본적인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사업 부문의 적자 폭도 확대됐다. 대만 로켓배송과 파페치, 쿠팡이츠 등을 포함한 성장사업 매출은 1조9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손실은 4820억원으로 96% 늘었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투자 확대와 사업 확장 비용이 수익성을 압박한 셈이다.
고객 지표는 역시 부정적이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39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70만명 감소했다. 김 의장은 “감소한 와우 멤버십 회원 수의 약 80%를 회복했다”면서도 “사고 기간 동안 중단된 성장 효과의 여파가 실적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성장 속도는 둔화됐지만 중장기 전략은 유지할 방침이다. 로켓배송 상품군 확대와 함께 물류·배송 네트워크 전반에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최적화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비용 구조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실적 부진을 넘어 규제·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가능성과 정치권의 새벽배송 제한 논의 등이 동시에 거론되면서 핵심 경쟁력인 물류 서비스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리스크도 변수다. 한미 양국에서 진행 중인 집단소송이 법무 비용과 손해배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쿠팡은 미국 집단소송 대응을 위해 글로벌 로펌 커클랜드앤엘리스(Kirkland & Ellis)를 선임하고 대응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지배구조를 둘러싼 규제 환경도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 지정하면서, 특수관계인 거래 공시와 사익편취 규제 등 감독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다. 가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부담해야 할 모든 의무를 검토하고 있으며 규제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