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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대출 논의 확산…지속가능 모델 설계가 관건

06.05.2026 1분 읽기

이재명 대통령이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내걸었던 기본대출이 최근 ‘잔인한 금융’ 논의와 맞물려 재부상하고 있다. 저신용자들에게 1000만 원까지 저리로 빌려줘 최소한의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고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금융 시스템 개편론도 이와 맞닿아 있는데 시장에선 선별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기본권 도입을 위한 연구단을 다음 달 출범한다. 연구단은 입법과 사례 취합, 데이터 분석 등 4개 분과로 구성된다. 금융기본권 개념화를 논의하고 이를 이행할 방법론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금융기본권은 차별 없이 금융을 이용하고 신용을 제공받을 권리를 뜻한다. 이를 구현하는 핵심 수단이 기본대출이다. 김은경 서금원장은 “기본대출은 금융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하위 30% 저신용자에게 저리로 일정액을 빌려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기본대출 뿐 아니라 기본저축·보험·보증 등 기본금융 상품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소비자학회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기본권위원회 설치안을 의결했다. 학회 내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금융기본권 관련 학술 연구를 전담하겠다는 목적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대출은 복지 차원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5일 또다시 페이스북에서 “신용 격차는 고용·소득·자산 격차와 맞물리며 증폭된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환위기 이후 강조돼온 외국인 은행 주주들의 안정적 경영 기조와 건전성 규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본대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포용금융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거꾸로 신용불량자를 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기본금융정책 도입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1940만 명의 대출 이용자(2019년 말 기준)를 대상으로 연 2.8%로 1000만 원까지 기본대출을 한다면 194조 원의 여신이 나갈 것으로 집계했다. 정부가 이자 부담 등으로 써야 할 돈은 연간 776억 원으로 나왔다. 이를 19세 이상 신용평가 대상자(4291만 명)로 확대하면 각각 대출 318조 9000억 원에 정부 부담은 매년 1조 1479억 원으로 늘어난다. 기본대출 금리를 3.25%로 하면 대출은 103조~155조 원, 정부 비용은 최대 6204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때와 비교하면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추진하는 기본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20~30%를 타깃으로 해 대상이 한층 좁혀졌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국민에게 다 해준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일부 한정한다면 기본대출은 가능한 이야기”라며 “현재 소득 기준, 자금 용도별로 구분되는 여러 정책금융 상품을 기본대출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금원과 신복위의 기본대출은 취약 계층이 실직·질병 등 위기에 직면했을 때 불법 사금융이 아닌 제도권 안에서 재기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금융 당국과 업권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리와 대출 공백 구간인 크레바스가 여전한 게 현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3월 가계 소액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6.03%(신규 취급)다. 2금융인 저축은행은 15.67%에 달한다. 카드론 금리 역시 KB국민 13.45%, 신한 13.81%, 삼성 14.31%, 현대 13.45% 등이고 신용점수 700점 이하 구간은 16~18%에 달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면 갑자기 금리가 10%대 중후반으로 크게 튀는 구조인 셈이다.

대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 거래 가능 고객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이용 손님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장 많은 대출 고객이 있는 허리춤이 방치돼 있다며 이를 가운데가 뚫려 있는 ‘커다란 도넛’에 비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금융권 신용대출 잔액의 44.8%는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가 차지했다.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의 비중은 같은 기간 16.6%에서 16.2%로 낮아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리 기준으로 10% 안팎 수준에서 금리와 대출 절벽, 즉 크레바스가 존재한다”며 “신용평가 체계와 신용등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기본대출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저신용자 대출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 부실이 한꺼번에 불어날 가능성이 높은 특징이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5년간 9조 4000억 원을 서민금융안정기금에 출연해 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할 경우 약 3조 4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서금원은 분석하기도 했다.

정부 부담 역시 피하기 어렵다. 연체가 늘어나면 운영 주체의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2021년 기본대출에 대해 “막대한 소요 재원에 부채를 더 늘려 상환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을 충분히 수긍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역할을 지금보다 늘리되 금융 생태계 전반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현재 은행 이용이 어려운 개인은 2금융을, 고금리 부담이 불가능한 서민은 상호금융권을 이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금리가 낮은 은행을 이용하기를 원하고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은행에 쏠리다 보니 생태계가 무너졌다. 고객을 잃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뛰어든 배경이다. 또다른 금융계 관계자는 “미국·일본은 대형 은행들이 주담대를 하지 않는다”며 “지방소멸과 함께 지방은행도 무너지고 있어 전체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처럼 은행이 대부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형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규제 완화도 필요성도 있다. 국제 업무를 하지 않는 저축은행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대신 새 지표를 적용하거나 대출의 성격에 따라 자본 규제를 달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대출 크레바스=차주가 은행과 2금융권 사이에 위치해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렵고 금리도 한 자릿수에서 10%대 중후반으로 급등하는 현상. 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에 빗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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