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전국 집값 상승 전망이 연초보다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도권은 공급 부족과 분양가 상승 압력이 여전해 부동산 시장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올해도 집값 상승을 예상했다.
KB경영연구소가 5일 발간한 ‘2026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한 주택시장 설문조사에서 전문가 56%, 중개사 46%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소가 1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문가 81%, 공인중개사 76%가 상승을 전망했는데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2월 이후 부동산 규제 기조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월 1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발표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달 26일 “다주택자는 물론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가격 하락 요인으로는 부동산 시장 전문가의 27%, 공인중개사의 29%가 ‘대출 규제로 인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반기 주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정책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지목됐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의 27%, 공인중개사의 33%가 이를 1순위로 꼽았다.
한편 4월 조사에서도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72%에 달했다. 공인중개사 중에서도 66%가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정부 규제로 매수 심리는 위축됐지만,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과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집값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 중에서는 수도권 집값 상승률을 1~3%로 예상한 응답자가 32%로 가장 많았고, 0~1% 상승 전망이 25%로 뒤를 이었다.
전세시장에 대해서는 상승 전망이 더 강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의 87%는 올해 수도권 전세가격이 오를 것으로 봤다. 1월 조사(96%)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공인중개사 중에서도 87%가 수도권 전세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전국 전세가격도 상승 전망이 우세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의 83%, 공인중개사의 85%가 전국 주택 전세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갭투자 규제 강화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거래가 줄어들면서 전세 매물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월세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향후 월세 거래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부동산 시장 전문가 81%, 공인중개사 60%였다. 전세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증금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가 월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차가구 중 월세가구 비중은 2006년 43%에서 2024년 60%로 늘어났다. 그동안 전세가 주를 이루던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도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의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거래 비중은 2026년 1~2월 누적 기준 50.6%에 달한다. 2022년에는 30%대 후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년 사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4월 조사는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부동산 시장 전문가 130명, 공인중개사 506명, 자산관리전문가(PB) 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월 조사는 1월 14일부터 2월 6일까지 부동산 시장 전문가 142명, 공인중개사 512명, PB 6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