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도관제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등 주요 철도 운영 기관의 산업재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구로역 작업자 사망 사고와 지난해 경북 청도 선로 작업자 사망 사고 등 중대 사고 이후에도 철도 현장의 안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산재 승인 건수는 2021년 56건에서 지난해 107건으로 90% 가까이 증가했다. 코레일 역시 같은 기간 105건에서 124건으로 약 18% 늘었다.
산재 승인 건수 증가는 출퇴근 재해 적용 확대와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 변화 등 제도적 요인의 영향도 있다. 다만 철도 현장에서는 반복되는 야간·교대 근무, 인력 부족, 높은 업무 강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24일에는 철도교통관제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호소하는 글이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며 논란이 커졌다. 자신을 코레일 관제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3조 2교대로 밤샘 근무가 반복되면서 수면 장애를 겪고 새벽에는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관제사는 전국 열차 운행을 통제하는 역할인 만큼 잘못된 판단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문제는 중대 사고 이후에도 안전 인력 확충 등 근본적인 개선이 현장에서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는 선로 점검 차량과 보수 작업 차량이 충돌해 코레일 직원 2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는 경북 청도군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들이받아 2명이 사망했다. 사고 이후 코레일은 기존 주간 작업을 열차 운행이 없는 야간 시간대로 옮기는 등 일부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레일 노조 측은 “구로역과 청도 사고 이후 노사 안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2009년 이후 진행된 5000명 규모의 정원 감축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된 관제뿐 아니라 철로 유지·보수를 맡는 현장직 등 전 직군에 걸쳐 안전 인력 충원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인력 부담은 코레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재 증가 폭이 두드러진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주요 도시철도 운영 기관 중에서도 직원 수 대비 수송 인원 비중이 높다. 2024년 지방 공기업 경영 공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의 직원 수는 서울·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 등 도시철도 운영 기관 전체 직원의 61% 수준이지만 총수송 인원의 78%를 담당하고 있다. 수송 규모에 비해 인력 부담이 큰 만큼 작업 강도와 피로도가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출퇴근 재해 전면 적용과 업무상 질병 인과관계 기준 완화 등으로 산재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신청과 승인 건수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경미한 사고라도 보고하고 치료받도록 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를 강화하고 직업성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 증진 사업을 추진하는 등 안전한 일터를 조성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코레일도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측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첨단화와 작업 공정의 기계화를 통해 산업재해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며 “철도 현장에서 안전한 작업 행동과 환경이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