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정유사가 올해 1분기 5조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예상하면서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호실적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 이익 반짝 상승에 따른 것인 데다 최고가격제 시행이 길어지면서 벌써 손실이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3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 과 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조사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 449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446억 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은 물론 수익 규모가 대폭 늘게 됐다.
에쓰오일 역시 1분기에 1조 1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가 각각 1조 원 중반대, 200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을 훌쩍 넘는 정유사들의 실적 호조는 2월 말 터진 미국·이란 전쟁 이후 급등한 정제마진에 따른 수익성 향상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 이익’ 급증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유사들이 유가가 오르기 전 사둔 원유 재고 가치가 급등한 것으로 원유 도입에서 정제 후 판매까지 1~2개월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미·이란 전쟁 후 급등한 정제마진에 수출 채산성 역시 급격히 호전됐다. 제품(휘발유·경유 등)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제외한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대표적 수익 지표다. 싱가포르 시장의 복합 정제마진은 2월 배럴당 5.7달러에서 3월 16.5달러로 폭등해 손익분기점(4~5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정유사들은 세계 5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앞세워 매출의 50~70%를 수출에 집중하며 정제마진의 수혜를 극대화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13일부터 물가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장가격보다 낮게 석유제품 판매 상한선을 정하는 최고가격제를 실시하면서 정유사들의 손실 규모가 3조 원을 넘어섰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정부가 업계 손실을 보전하기로 하고 예비비 4조 2000억 원을 책정했지만 소진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더욱이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정유사들은 1분기 이익의 상당 부분을 토해내야 한다. 업계는 공장을 계속 가동하려고 최근 고가의 원유 도입 계약을 지속적으로 맺고 있다. 정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쟁에 따른 고환율 리스크에다 유조선 확보 및 운반비 상승 등에 영업 환경은 악화 일로”라며 “1분기에 수익이 반짝 급증하는 것은 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