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해상 전략 전문 싱크탱크가 자국 조선업의 쇠락을 타개하기 위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한국을 제시하고 양국의 조선 동맹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와 맞물려 한국의 선진 건조 기술과 생산 효율성을 미국의 해상 패권 복원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해양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해양전략센터(Center for Maritime Strategy·CMS)는 최근 발간한 ‘피어 리뷰(Pier Review): 미국 조선업을 위한 동맹국 해양 산업 기반 활용’ 보고서에서 “미국의 해양 산업 기반(MIB)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해군 함정 건조 일정을 맞추지 못해 국가 안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국 등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해군 연맹(Navy League of the United States)이 후원하는 비영리·비당파 연구기관인 CMS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캐나다, 스웨덴, 영국 등 5개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심층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전 세계 선박 생산량의 단 0.1%를 차지하는 사이 중국·일본·한국이 90%를 점유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격차가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고 명시했다. 동맹국과의 조선 협업 강화를 촉구하면서 5개 사례국 가운데 한국을 첫 번째이자 핵심 사례로 다뤘다.
보고서는 한국 조선업에 대해 “세계 최고의 상업용 선박 건조 능력과 유능한 해군 함정 생산 생태계를 결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도로 자동화된 한국 조선소가 복잡한 군함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 예로 미국 이지스 구축함 건조에 약 25억 달러와 9년이 소요되는 반면, 한국의 세종대왕함급 구축함은 약 5억 6500만 달러에 불과 5년 만에 건조돼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조선업의 생산 효율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자동화·인공지능(AI) 기술의 전면적 도입을 꼽았다. CMS 전문가들이 2025년 8월 한화그룹의 거제 조선소를 직접 시찰한 결과, 한국 조선소의 AI·자동화 통합 수준이 미국 조선소와 비교해 훨씬 정교하고 포괄적이라고 밝혔다. 거제 조선소의 경우 연간 100만 톤의 철강 절단·용접 작업 중 90%를 로봇이 담당하며 ‘로봇 1대는 노동자 50명을 대체하고 2명이 로봇 20대를 관리하면 1000명 분량의 생산량을 낼 수 있다’는 한화 측의 설명을 인용해 자동화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 대안임을 역설했다. 보고서는 미국 조선소 방문 시 빈번히 목격했던 유휴 인력을 거제 조선소에서는 단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납기 준수 문화에 대해서도 “납기 지연과 비용 초과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미국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이를 기업 존립의 위기로 간주하며 역량을 집중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화의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를 양국 협력의 상징적 토대로 봤다. 이를 통해 한국의 선진 기술을 이식해 ‘미국판 거제 조선소’로 육성함으로써 자국 조선 산업 부활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수리·정비(MRO) 업무를 한국 조선소에 맡기고, 향후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같은 고난도 프로젝트에서도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CMS는 “한국의 성취는 국가 전략적 의지의 산물”이라며 미국이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도입, 납기 문화 정착, 정부의 장기 R&D 투자와 함께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 심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