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급증한 859억 달러를 기록했다. 3월(866억 달러)에 이어 2달 연속 월간 수출액이 800억 달러를 넘긴 것이다. 중동 전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액이 13개월 연속 해당 월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선전한 덕이다. 1~4월 누적 수출액은 벌써 3000억 달러를 넘겨 올해 연간 수출액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4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858억 9000만 달러였다. 월간 기준으로는 올해 3월에 이어 2위이자 역대 두번째 800억 달러 돌파 기록이다. 월간 기준 3위 수출액이 2025년 12월 695억 달러다. 월 수출액 700억 달러 시대를 한번에 뛰어넘은 상당한 수준의 기록이 두 달 연속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 역시 호실적을 보였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35억 8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48% 상승했다. 일평균 수출액은 올해 2월 이후 3개월 연속 35억 달러 선을 넘기고 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수출액이 역대급 기록을 이어가면서 올해 연간 수출액이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솔솔 나오고 있다. 1~4월 누적 수출액이 벌써 3058억 달러이기 때문이다. 같은 실적이 남은 기간에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수출액이 9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셈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6번째로 수출액 7000억 달러 시대를 여는 쾌거를 달성했는데 또 한번 새역사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 수출액 목표치를 740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남은 기간 수출액이 2025년과 동일하기만 해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상황이다.
이같은 기록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독주 덕이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319억 달러로 지난해 4월 대비 2.7배 급증했다. 덕분에 월간 반도체 수출은 처음으로 2개월 연속 300억 달러를 넘겼다.
이같은 호실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 증가가 제품 가격 상승세로 이어지는 구도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어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8GB(기가바이트) DDR4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4월 1.65달러였으나 지난달에는 16달러로 9.7배 폭등했다. 128GB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 역시 같은 기간 2.79달러에서 24.2달러로 8.7배 올랐다.
반도체를 포함한 15대 수출 품목 중에서는 8개 품목의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과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 컴퓨터 수출액은 41억 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선박 수출액도 1년 전보다 44% 늘어난 29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선통신과 바이오 수출액은 각각 12%·19% 증가했다.
한동안 부진했던 석유제품(51억 달러)과 석유화학(41억 달러)의 수출이 각각 40%·8%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 덕에 수출 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휘발유·경유·등유 등에 대한 수출통제 영향을 분석해본 결과 전년 동기간 대비 수출량은 각각 43%·23.2%·99.9% 줄었다”며 “석유화학 제품 역시 수출 물량은 20.9%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15대 주력품목 외에도 전기기기(15.7억 달러) 수출액이 전년 대비 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혁명과 함께 전기설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덕이다. 화장품(13.7억 달러)과 농수산 식품(12.2억 달러) 수출액 역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3.4%·8.8% 늘어나며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중국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2.5% 증가한 177억 달러로 가장 높았다. 대미 수출액 역시 54% 증가했으나 수출액은 중국보다 조금 적은 163억 3000만 달러였다. 두 지역 모두 자동차·일반기계·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수출품목은 부진했으나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액이 급증한 덕에 전체 수출액이 확대됐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수출액은 64% 늘어난 154억 1000만 달러로 3위에 올랐다. 유럽연합(EU)으로 향한 수출액은 8.5% 증가한 71억 9000만 달러였다. 대중동 수출액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류 차질과 불확실성 증가로 25.1% 뒷걸음질 친 12억 7000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입액은 16.7% 증가한 621억 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원유 수입액은 중동 전쟁으로 물량이 감소했지만 국제 유가 급등으로 단가가 올라 전년 동월 대비 13.1% 증가한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폭은 237억 7000만 달러로 역대 4월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2월 이후 15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4월 수출과 무역수지는 중동 전쟁이 두 달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도 좋은 기록을 냈다”며 “이는 세계적인 AI 투자 확대 및 유가 상승에 따른 제품 단가 상승 속에 선제적인 공급망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