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배전망 건설이 지연되면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밀집된 비수도권 지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력이 과잉생산되고 있는데도 수도권 등 수요처까지 송전망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 발전사들이 전력 생산을 강제로 줄이거나 멈추는 조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광이 밀집된 전라남도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남의 전력자급률(전력소비량 대비 전력생산량 비율)은 213.4%로 전국에서 2위다.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경상북도(228.1%) 다음으로 순위가 높다.
전남의 전력자급률이 전국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다른 시도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전남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24년 기준 6.6GW, 발전량은 8.6TWh로 전국에서 약 20%를 차지한다.
문제는 전남에서 생산된 전력이 수요량보다 많은 데다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전력망도 부족해 출력제어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남도·산업통상부·전력거래소 자료를 종합하면 전남 태양광 출력제한 일수는 2023년 2일에서 2024년 26일로 확대된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44일로 급증했다. 출력제어가 늘어나면 강제로 전력 생산을 줄여야 해 발전 사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전력 시장 가격 왜곡 현상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출력제어 자체는 정전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지속되면 전력 계통 운영의 불안정성이 커져 되레 정전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출력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요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승희 전남연구원 인공지능(AI) 에너지연구실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 지정 등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전남으로 끌어오는 게 중요하다”며 “데이터센터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유치를 통해 지역 내 전력 소비를 늘리고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력망 적기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시설을 전력 생산지인 전남 등으로 유치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전략도 필요하지만 수도권의 전력 수요가 여전히 많은 만큼 전력망 구축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산지소에 기반한 수요 분산도 추진해야 하지만 송전망 확충도 해야 출력제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잉여 전력 활용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그리드와 가상발전소(VPP) 도입을 통해 잉여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송전망 확충과 함께 지역 내 수요 창출이 병행될 때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