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책을 빠르게 찍어 내는 이른바 ‘딸깍 출판’ 시대를 맞아 ‘AI 활용 출판물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정인 덕성여대 교수는 29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 긴급 포럼에서 “AI 시대에는 출판을 콘텐츠 산업이 아니라 신뢰 인프라 산업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AI 기본법상 표시 의무는 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되고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든 사업자에게는 직접 표시 의무가 없다는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출판 시장에서 사람이 책임 편집한 책과 AI가 거의 전부 만든 책이 뒤섞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성·번역·교정·요약 중 어디에 AI가 쓰였는지와 인간 책임 편집자가 누구인지를 서지 정보나 판매 화면에 드러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 AI미래전략위원장인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는 AI 투명성 확보 의무 조항을 3단계로 구분해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1단계는 인간 저자의 저작물, 2단계는 AI 생성 저작물이되 인간 저자의 통제와 검증이 충분히 이뤄진 출판물, 3단계는 인간 저자의 충분한 통제와 검증 작업 없이 AI에 의해 생성된 저작물이다. 윤 대표는 “책의 판권이나 앞뒤 날개에 이러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도록 출판 업계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완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6만 2000종의 신간이 나왔는데 AI가 책을 쓰고 번역하고 편집하는 ‘딸깍 도서’의 시대에 20만~30만 종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두려운 현실은 그렇게 빨리, 많이 만들어진 책들이 독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기술의 속도전에 휘말려 창작자의 존엄과 저작권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