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하자 유통 업계는 쿠팡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갈등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쿠팡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강화한 만큼 e커머스 시장 내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그동안 쿠팡에 유리하게 설계됐던 기존 정책들이 균형을 찾아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쿠팡의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정부가 쿠팡의 시장 지배력에 걸맞은 감시 및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첫 조치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동일인 지정과 유통산업발전법 등 중첩 규제를 적용받아온 것에 비해 쿠팡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었다”며 “이번 지정은 유통시장의 공정 경쟁을 위한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정으로 쿠팡은 김 의장 및 친족과 계열사·파트너사 간의 거래 내역을 파악해 공시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내부 인사의 역할이나 활동 범위에도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계열사 간 거래를 스크리닝해 낱낱이 보고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경영상 규제 리스크가 추가된 만큼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외형 확대 전략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형마트 새벽배송의 빗장을 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도 추진 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여당은 2월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지방 선거를 앞두고 현재 논의가 부진한 상황이다. 기존 법으로는 대형마트는 야간이나 의무휴업일에 영업은 물론 배송 등 물류 활동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는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한계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쿠팡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지방선거 이후 관련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