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조합원 사망 사고로 갈등을 빚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사태가 BGF로지스와 화물연대 사이 잠정 합의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특수고용노동자(특고)의 원청 교섭 요구를 확산시키는 분기점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대응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화물연대와 BGF로지스는 이날 5차 교섭 끝에 잠정 합의했다. 화물연대가 이달 5일 BGF리테일과의 교섭을 요구하며 물류센터 봉쇄 방식의 총파업에 나선 지 24일 만이다. 합의안에는 조합원의 업무 시간 외 회의·집회·행사 참석 등 정당한 화물연대 활동 보장, 운송료 7% 인상, 기존 주 1회 유급 휴무와 별개로 분기별 1회 유급휴가 부여 등이 담겼다.
이번 합의가 주목받는 것은 화물연대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차주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어 노조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경영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상당수 기업은 화물차주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성격이 강하다며 원청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정부와 노동위원회가 잇따라 화물연대의 노조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으면서 화물차주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폭넓게 보는 흐름은 뚜렷해졌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적 종속 관계가 있다면 노조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도 이달 27일 화물연대가 CJ대한통운과 한진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 시정 신청’을 인용했다.
노동계는 이 흐름을 특고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특고는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와 개인사업자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회색 지대’로 분류돼왔다. 노조법상으로는 법원과 노동위에서 근로자성이 비교적 넓게 인정돼왔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직종과 근무 형태에 따라 판단이 엇갈렸다. 이에 따라 이번 교섭 타결을 특고의 근로자성을 법적으로 확보하려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얻으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반면 산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적법 절차를 건너뛴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이나 BGF로지스의 원청 사용자성에 대해 노동위 판단을 먼저 구하지 않은 채 물류센터 봉쇄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후 이달 20일 조합원 1명이 비조합원 기사가 운전하던 2.5톤 화물차에 치여 숨졌고, 그 뒤 협상 테이블이 본격화돼 합의에 이르렀다. 법적 절차가 있음에도 별개로 교섭이 진행된 만큼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고나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도 노조 설립과 원청 교섭 요구의 문이 폭넓게 열리면서 기업 부담이 커졌다”며 “기존 법체계 안에서 대원칙을 빨리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