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가운데, 이주민 대다수가 대상에서 제외되자 인권단체들이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유가 피해는 국적 가리지 않는다”…인권위 진정 제기
28일 경기이주평등연대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중동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재난”이라며 “함께 일하고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비국민’이라는 이유로 국가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고유가 피해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며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인과 같은 공간에서 노동하고 생활하는 만큼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인도적 체류자의 발언을 대신 전하며 “저희는 잠시 머무르는 방문객이 아니라 한국에서 살아온 가족”이라며 “이는 단순한 정책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80% 이상 제외”…‘내국인 연관성’ 기준 논란
이번 지원금은 중동발 고유가로 인한 부담 완화를 위해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256만 명에게 1인당 10만~6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행정안전부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내국인과 연관성이 큰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포함한다”는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내국인과 함께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외국인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난민 인정자 중 건강보험 가입자 등만 지급 대상이 된다.
이 기준에 따라 3월 기준 3개월 이상 장기체류 이주민 216만7000여 명 가운데 약 178만5000명(80% 이상)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소속 변호사는 “주민등록 등재 여부나 체류 자격만으로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은 자의적인 차별”이라며 “재난 상황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배제는 평등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지원금 배제’ 논란…인권위도 “확대 필요”
이주민 배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과정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제기됐다.
2020년 인권위는 외국인을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평등권 침해”라고 판단하며 지자체에 개선을 권고했다. 이후 일부 정책에서는 외국인 대상이 확대되기도 했다.
또 인권위는 지난 3월에도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지원금 사업에서 외국인 지급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주민들도 근로소득세·주민세 등을 납부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재난 대응 정책에서 국적을 기준으로 한 배제는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