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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률 반등에 절박함 약해져…일·가정 양립대책 확대해야”

28.04.2026 1분 읽기

“최근 출산율이 반등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절박함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일·가정 양립 방안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않으면 출산율 반등의 동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주형환 전(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드라이브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전 부위원장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인 2013년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제1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4년 부총리급 상근직으로 격상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을 맡아 정책 수립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주 전 부위원장은 당시 상황과 관련 “저고위를 맡겠다고 했을 때 많은 선배들이 해답도 없는 과제인데 왜 맡으려 하느냐고 만류했다”며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 맡는 마지막 공직이라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경제관료 시절 ‘불도저’라고 불렸던 그가 저고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발생했다. 그는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조사하니 주요 걸림돌은 일자리와 일·가정의 양립, 주거 부담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해당 문제들의 개선에 나섰다. 우선 정부의 전체 저출산 대응 예산 중 실제로 일·가정 양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의 비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주 전 부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2023년 전체 저출산 대응 예산 47조 원 중 직접 사용한 예산은 23조 5000억 원, 가장 중요한 일·가정 양립 지원은 전체 예산의 4%인 2조 원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질 집행 예산을 확대하면서 출산율 반등의 단초를 마련하게 됐다. 그는 또 육아휴직 급여 인상(최대 110만 원 →250만 원), 배우자 출산 휴가 확대(최대 10일→30일), 단기 육아 휴직 제도 도입, 육아 휴직자를 위한 대체 인력 지원금 제도 도입 등 핵심 방안도 관철했다. 이 같은 정책 효과로 합계 출산율은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75명, 2025년 0.8명으로 반등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2월 합계출산율은 1월(0.99명)과 비슷한 수준인 0.93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올해 0.9명대로 반등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 전 부위원장은 “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 1.1명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로 인해 스웬덴·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이 K저출산 대책을 배우러 오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주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유럽 출장을 갔을 때 덴마크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며 “당시 덴마크 기자의 첫 질문이 ‘한국이 전 세계 출산율 최하위국가였는데 어떤 정책을 펴서 반등하게 됐느냐’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스웨덴 정부가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위원회를 새로 꾸렸다”며 “해당 위원회가 가장 먼저 방문한 나라가 한국이었고, 한국의 구조적인 출산율 반등 배경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국 정부와 민간 기구 등이 한국의 핵심 정책을 참고할 수 있도록 저서 ‘인구정책 대전환 700일의 기록’도 집필했다. 지난달 출간한 이 책은 K저출산 해법 등을 일목요연하게 담았다. 그는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성과, 그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의 인구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책에 생각을 정리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주 전 부위원장은 이 같은 출산율 반등의 성과에 취해선 안 되며 더욱 강력한 일·가정 양립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성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급여를 더 올려야 한다”며 “배우자 출산 휴가뿐만 아니라 임신·육아 중인 근로자의 근로 시간 단축,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따른 사회 구조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전 부위원장은 “AI 활용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영역과 그렇지 못한 영역 간의 격차, 더 나아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실업 보험, 창업 지원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 인구가 적합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고, 재정 지속 가능성의 문제에 직면한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의 재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새로운 형태의 기본 소득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올 하반기부터 후학 양성과 각종 자문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인구 문제, AI 등 기술 발달과 산업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구할 것”이라며 “산업 정책이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스타트업 등 기업을 돕는 역할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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