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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닫힌 문’ 앞에 선 코로나세대

26.04.2026 1분 읽기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봄, 캠퍼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몇 차례 개강 연기 끝에 학교는 결국 문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새내기들은 같은 과 동기를 비대면 강의 모니터를 통해 처음 만났다. 입학식도 오리엔테이션도, 선배와의 첫 만남도 없었다. 캠퍼스 문은 2022년 2학기가 돼서야 완전히 다시 열렸다. 성인으로서 첫 단추를 채워야 할 생애 주기의 결정적 시기에 2년 반 가까이 공백이 생긴 것이다.

몇 해가 지난 지금, 이 코로나 세대는 또다시 ‘닫힌 문’ 앞에 서 있다. 채용 시장 문이다.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5∼29세 청년 실업률은 7.4%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자 수는 27만 2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26.4%를 차지했다. 또 3월 기준으로 청년 고용률은 43.6%에 그쳤고 청년 취업자 수는 41개월째 줄었다.

청년층 고용 부진은 경기 둔화, 경력직 선호, 수시 채용 확대, 산업별 업황 차이가 겹친 결과다. 여기에 최근에는 새로운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이다. AI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 그러나 노동시장 맨 앞줄에 선 청년에게는 다르게 작동한다. AI가 사회 초년생이 주로 맡는 정형화되고 교과서적인 업무를 대체하거나 기존 2∼3명이 하던 일을 1명이 처리할 수 있게 만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을 뽑아 가르칠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만 1000개의 98.6%가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에서 발생했다. AI 전환으로 기업 생산성이 높아지는 사이 변화의 충격이 청년층 입직 구간에 먼저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 세대의 구직 실패는 예전의 청년 실업난과 결이 다르다. 코로나 세대라는 표현 그대로, 지금 채용 시장에서 밀려나는 이들은 팬데믹 시기에 학업과 관계 형성의 핵심 구간을 비정상적으로 통과한 세대다. 학교는 지식만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 가족 바깥에서 규칙을 배우고, 갈등을 조율하고, 타인과의 거리를 익히는 사회화의 공간이다. 직장은 그다음 사회화 단계다. 보고하고, 설득하고, 실수의 대가를 배우고, 책임의 언어를 체득하는 직업 사회화의 장이다. 캠퍼스 문이 닫혔던 세대에게 채용 시장 문까지 닫히는 것은 사회화 과정에서 두 번 연속 문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다.

배려 차원에서 어려움을 겪은 코로나 세대를 채용하자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한 세대의 사회 진입이 늦어질수록 소비는 위축되고, 내수 기반은 약해지며, 노동력의 저변은 얕아진다. 청년층의 입직 지연이 초래할 생애 소득의 영구적 손실과 그로 인한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는 거시경제 전반의 하방 리스크를 키운다.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이 산업 생태계 황폐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방어 수단이다.

AI가 만든 효율도 결국 사람이 소비하고, 조직 안에서 쓰이고, 사회 안에서 의미가 부여될 때 가치를 갖게 된다. 사람을 길러내지 않는 기업은 결국 사람 없는 시장을 맞게 된다. 아무리 AI로 생산성을 높여 뛰어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낸들 그것을 사고 쓰고 평가할 사람이 줄어들면 기업 활동은 지속될 수 없다.

아울러 경력 대비 암묵적 지식 부족을 이유로 코로나 세대를 AI 시대에 필요 없는 인재로 보는 시각도 옳지 않다. 이들은 팬데믹 기간 비대면 협업, 불확실한 일정, 자기 주도 학습, 디지털 도구 적응을 누구보다 일찍 체득했다. AI와 함께 일하는 감각, 새로운 툴을 경계감 없이 흡수하는 속도, 구조가 흔들릴 때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을 기본 자산으로 갖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AX)을 말하는 기업이라면 이 점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 AX의 완성은 결국 AI와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세대가 지금 채용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문을 걸어 잠근 채 AI만 데리고 앞으로 갈 것인가, 문을 열고 이들과 함께 다음 시장으로 갈 것인가. 판단은 기업의 몫이다. 사람 없이는 기술도, 기업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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