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다음 달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피해 규모가 단순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신뢰의 회복 불가능한 훼손으로 번질 수 있다는 학계의 경고가 나왔다.
1분에 수십억, 장기화 시 영업이익 10조 감소
26일 업계에 따르면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 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안민정책포럼은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사장인 민간 정책연구 포럼이다.
이날 송 교수는 파업이 현실화하면 공장 가동 중단 손실이 1분당 수십억원, 하루 1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장기화 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송 교수가 더 심각하게 본 쪽은 직접 손실이 아니라 고객 이탈과 공급망 재편 압력이다.
송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수 있다”며 “공정 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AMD는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ESG 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있고, 엔비디아도 분기·반기 단위 공급업체 평가 결과를 물량 배분에 직접 적용 중이다.
송 교수는 파업 비용을 ‘보이는 비용’(생산 중단·매출 감소)과 ‘보이지 않는 비용’(신뢰 약화·투자 연기·생태계 충격)으로 구분하면서, 후자가 더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면서 “엔비디아, TSMC, 인텔이 사활을 건 AI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라고 짚었다.
소부장 1764곳 연쇄 타격…대만은 반사이익 기대
파업의 여파는 삼성전자 안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는 1764곳에 달하며, 평택캠퍼스의 경우 생산라인 1개당 협력사 포함 약 3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동이 멈추면 대규모 일자리와 지역 상권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최근 대만 언론은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거두며 가격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이번 갈등의 배경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을 지목했다. 노사 양측이 파업이 서로에게 손해라는 점을 알면서도 정보를 숨기거나 과장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 균형에 빠진다는 ‘힉스 패러독스’로 현 상황을 풀이했다.
해결책으로는 성과보상 기준 공개, ROIC(투하자본이익률)·TSR(총주주수익률)·EVA(경제적 부가가치) 등 객관적 지표 기반 보상체계 정비, 이익 구간별 차등배분, 캡(상한)·플로어(하한)·클로백(환수) 메커니즘 도입, 외부 검증·중재 장치 마련, 파업 전 조정 절차(쿨링오프) 제도화 등 6대 과제를 제안했다.
선넘는 노조에 창사 이래 두번째 파업 위기 몰린 삼성전자
1969년 이후 두 번째 총파업 위기, 흔들리는 삼성 반도체 왕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