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발행주식총수의 약 3.8%에 달하는 자기주식을 한꺼번에 소각한다. 앞서 발표한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합산하면 올 2분기에만 약 2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 올 1분기 순이익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며 실적과 밸류업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기보유 자기주식 1426만 2733주 전량 소각을 결의했다. 전일 종가(15만 7400원) 기준 약 2조 2400억 원 규모로 단일 소각 기준 업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번 전량 소각의 직접적인 계기는 상법 3차 개정이다. 개정 상법이 자기주식 보유를 제한하면서 기보유 물량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의무소각에 대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됐지만 KB금융은 소각을 택했다. 단순한 법적 대응이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자본효율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선매입한 390만 주(약 6000억 원)도 내달 15일 함께 소각될 예정이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올 2반기 소각 총액은 약 2조 8600억 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주당 1143원의 분기현금배당과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추가 결의했다.
KB금융의 주주환원 역사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당국이 자사주 매입·소각을 사실상 제한하던 시기에 홀로 당국 허가를 얻어 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하며 업계 최초 기록을 세웠다.
주당 현금배당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KB금융은 이날 이사회에서 1분기 주당현금배당(DPS)을 1143원으로 결의했다. 1년 전(912원)보다 25.3% 늘어난 수치로, 2022년 1분기(500원)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1분기 현금배당 총액은 405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3% 확대됐다.
이 같은 주주환원 확대는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날 1분기 그룹 당기순이익(지배기업지분 기준)이 전년 동기보다 11.5% 증가한 1조 892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수익 구조의 질도 개선됐다. 비이자이익이 1조 6509억 원으로 27.8% 급증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KB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4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3% 급증했고, 리테일 고객 운용자산(AUM)은 239조 6000억 원으로 1년 만에 55.9% 불어났다.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43%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기보유 자기주식 전량 소각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하반기에도 나머지 6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7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1분기에 1조 6226억 원을 벌어들여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그룹이 성장하면 주주 환원 규모를 함께 늘리는 방식으로 주주 환원율 상한을 없애기로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밸류업 2.0’인 셈인데 시장에서는 파격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룹 1분기 순익이 1조 622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증권 실적이 개선되면서 비이자·비은행 이익이 확대됐다는 게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1분기 이자이익은 3조 241억 원으로 1년 새 5.9%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1조 18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급증했다.
해외 부문 이익 역시 크게 늘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22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불어났다. 국가별로 보면 베트남에서 581억 원, 일본 423억 원 등이다. 3월 말 현재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19%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9%로, 1분기 주당 배당금을 74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상반기에 7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도 취득한다.
신한금융은 이날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인 ‘신한 밸류업 2.0’도 내놨다. 핵심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성장률을 결합한 산식을 도입해 환원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수록 주주환원 규모도 함께 확대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성장률은 자본과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예를 들어 목표 ROE가 10%, 성장률이 4~5%인 경우 예상 주주환원율은 50~60%다.
앞서 신한금융은 2년 전인 2024년 ‘밸류업 1.0’을 통해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지난해 50.2%를 기록하며 이를 조기에 달성했다. 자사주 매입·소각도 속도를 내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회복 흐름을 보였다. 이에 진 회장은 최근 주주서신에서 “생산적금융을 통해 ROE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기존 계획의 이행 성과를 철저히 분석하고 투자자 의견을 반영해 밸류업 2.0을 빠른 시일 내 공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은 목표 ROE를 기존 10%에서 10% 이상으로 정하고 자본시장과 카드·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을 단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자회사별 자본수익률(ROC)을 기반으로 자본 배분을 조정하고 성과평가 및 보상체계와 연계해 전사적인 수익성 개선을 유도한다.
올해 결산배당부터 3년간 비과세 배당을 도입하고 주당배당금(DPS)을 매년 1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분기 균등배당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사주 매입·소각도 병행해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매년 이사회 점검을 통해 향후 3개년 주주환원 계획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단순히 목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 수립과 이행, 평가까지 이사회 중심으로 관리해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성장률과 연동된 구조인 만큼 경기 상황 등에 따라 환원 규모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해 자본 여력을 확보하고 환원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계획이 단순한 배당 확대를 넘어 주주환원 체계 전반을 바꾸는 신호로 보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고정된 환원율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과 연동한 구조를 도입한 것은 이례적인 시도”라며 “실적이 뒷받침될 경우 주주환원 확대 폭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