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화물차 운송업을 하는 50대 이상렬 씨는 최근 고유가로 일을 할수록 적자가 커져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중동 전쟁 이전 하루 평균 30만 원 수준이던 주유비는 최근 50만 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화물 운송 일감은 줄어 운송료는 건당 50만 원에서 35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톨게이트 비용과 5년 전 차량 구매 당시 받은 1억 원의 캐피털 대출 이자까지 더해지면서 일을 해도 남는 것이 없는 구조가 됐다.
결국 이 씨는 지난달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정책자금인 ‘취약사업자 지원자금’을 통해 5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자 상환과 생활비 등 급한 불을 껐다. 그는 “당장 숨통은 트였지만 결국 빚으로 적자를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이 씨처럼 운영난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대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신설된 취약사업자 지원자금 신청 규모는 17일 기준 797건, 280억 원으로 집계됐다. 3월 3일 출시 이후 한 달여 만에 전체 재원 1000억 원의 28%가 소진된 것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28.2%로 가장 많았고 음식점업 21.1%, 서비스업 15.4%, 제조업 14.3% 순으로 나타났다.
이 자금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됐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정한 취약 업종에 해당하면 재단 보증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최대 5000만 원을 대출받고 2.5%의 이차보전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서울시는 중동 전쟁 피해와 관련해 12개 업종을 대상으로 별도 입증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유류비 상승과 환율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의 신청이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의 전체 정책자금 집행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 중소기업육성자금은 올해 총 2조 7000억 원 규모로 지난달 말 기준 2만 187건, 6513억 원이 집행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2건, 154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서울시는 예산 소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자 추경안에 ‘중동피해대응자금’ 1000억 원을 추가 편성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자금 확대가 부실을 뒤로 미루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지원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확대보다는 선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