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준비하는 직장인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5월 1일을 기점으로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현행 체계 최고 단계인 33단계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기름값 명목으로만 왕복 112만 원이 붙는다. 여행업계는 “4월의 막판 수요가 꺾이고 나면 여름 성수기 장거리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고 수준 33단계 첫 적용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값을 기준으로 1단계부터 33단계까지 구간을 나눠 금액을 매긴다. 갤런당 150센트 미만이면 유류할증료가 붙지 않고 그 이상부터 일정 구간씩 오를 때마다 한 단계씩 올라가는 구조다.
이번 5월 적용분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이 갤런당 511.21센트(배럴당 214.71달러)를 기록하며 최고 단계인 33단계가 확정됐다.
전쟁 발발 이전인 3월만 해도 적용 단계는 6단계였다. 4월 18단계, 5월 33단계로 두 달 새 27단계가 뛴 셈이다. 한 달 만에 15단계가 오른 것은 현행 체계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이며 33단계가 실제 적용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 기준 5월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최소 7만5000원(후쿠오카 등 최단거리)에서 최대 56만 4000원(LA·뉴욕·파리·런던 등 최장거리)이다. 왕복으로 환산하면 장거리 노선은 유류할증료만으로 112만원을 넘어선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5월 편도 유류할증료를 8만 5400원~47만 6200원으로 공지했고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5월분 발표도 임박했다.
유류할증료는 발권일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여름휴가 예산을 짜던 4인 가족이라면, 발권 시점을 4월로 당기느냐 5월로 넘기느냐에 따라 수십만~수백만 원 단위로 항공권 부담이 갈리는 셈이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단계가 적용되는 이달 안에 항공권 발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발권 수요 반짝 효과
여행업계도 5월 유류할증료 인상을 앞두고 이달 말까지 선발권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름휴가 장거리 상품은 원래 3~4월에 예약이 몰리는데 올해는 유류할증료 인상 소식이 겹치면서 ‘4월 안 발권’ 문의가 평소보다 많다”며 “다만 이건 기존에 여행 계획이 있던 고객들이 발권만 앞당기는 것이지 신규 수요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규 예약 지표는 이미 꺾이는 흐름이다. 모두투어의 이달(4월 1~16일) 전체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줄었다. 특히 유럽·미주 장거리 노선은 40% 가까이 빠졌다. 동남아도 일부 노선 결항이 겹치며 비슷한 감소세를 보인 반면, 일본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고 중국은 오히려 15% 늘었다. 비행시간이 길고 항공권이 비쌀수록 수요가 먼저 꺾이는 구도다.
여기에 국제 유가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유류할증료 33단계 상한 초과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여름휴가 예약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진짜 분수령”이라며 “그때까지 유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제도 논의의 속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저렴한 비용으로 전 세계를 누비던 시대는 끝났다?” 5월 여행 가려다 벼락 맞은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