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편리한 서울 대중교통의 이면에는 막대한 재정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운영 적자가 해마다 불어나는 가운데 낮은 요금 체계는 유지되고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무임승차는 늘어나는 반면 유임 승객은 줄어드는 구조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현재와 같은 대중교통 체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공사의 누적 적자는 19조 7490억 원에 달했다. 연간 적자도 2023년 5173억 원, 2024년 7241억 원, 2025년 8268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적자 확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는 무임승차가 꼽힌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은 4488억 원으로 전체 적자의 절반을 넘었다. 이는 2021년 2784억 원과 비교해 61% 늘어난 규모다. 고령화로 무임 이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요금을 내는 유임 승객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수익 기반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무임 이용자는 2억 8376만 명으로 2021년보다 10.2% 증가했다.
무임승차뿐 아니라 낮게 책정된 요금도 적자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동결됐다. 이후 1250원에서 1550원으로 인상됐지만 여전히 원가보전율은 57.0%에 그친다. 승객 1명을 수송할 때마다 781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 시내버스 역시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버스 64개 업체의 운송 적자는 4500억 원으로 전년 4000억 원보다 12.5% 증가했다. 연료비와 인건비가 오른 반면 요금 인상은 제한되면서 구조적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준공영제에 따라 이 같은 적자를 재정으로 메우고 있다. 2004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지원액은 7조 1478억 원에 달한다.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등 대중교통 지원 정책이 확대되면서 서울시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본예산 기준 서울시의 대중교통 예산은 1조 3221억 원으로 2020년 9755억 원보다 35.5% 증가했다.
요금 인상은 가장 손쉬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운임을 올릴 경우 서울 대중교통 체계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요금 조정과 함께 별도의 재원 마련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뉴욕시는 지난해 ‘교통 혼잡세’를 도입해 확보한 재원을 대중교통에 재투자하고 있다. 맨해튼 60번가 남단인 미드타운~로어 맨해튼 구간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피크 시간대에는 9달러, 야간에는 2.25달러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임삼진 녹색도시연구원 원장은 “대중교통 운용 비용에서 승객 부담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적자를 줄이려면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시민 부담과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쉽지 않은 만큼 별도 재원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지원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