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EV) 물량이 올해 처음으로 국내 생산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005380) 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여파로 수출 부담이 커진 데다 중동 사태로 글로벌 물류비까지 치솟자 현지 생산을 늘려 대응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 물량은 11만 2600대로 전년(4만 6000대) 대비 144.8% 급증했다. 반면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은 작년 11만 3000대로 같은 기간 23.8% 줄었다.
이로써 전체 전기차 생산 물량 중 해외 비중은 지난해 49.8%까지 치솟았다. 해외 생산 비중은 2022년만 하더라도 14.8%에 그쳤는데 불과 4년 사이 3배 넘게 뛸 정도로 생산 거점 이동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국내외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을 고려하면 올해 해외 생산량이 국내 생산량을 처음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현지 맞춤형 전기차 세단(프로젝트명 EA1C)을, 유럽 전진기지인 튀르키예 공장에서 아이오닉3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 신차 출시 계획을 아직까지도 확정 못한 국내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내연기관에 이어 그룹의 성장 축인 미래차 생산도 국내에서 해외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의 전(全) 차종 생산량 384만 7700대 중 해외 생산 물량이 200만 대에 달했다.
이같은 흐름은 현대차의 핵심 해외 시장에서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우 고율의 관세를 무기 삼아 자국 내 생산을 늘릴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7개월간 외국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했는데 현대차는 미 조지아주 ‘메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 물량을 6만 대 수준으로 늘려 대응했다. 올해는 이 차종의 생산량을 전년보다 1만 대가량 더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제2 수출 시장인 유럽연합(EU) 역시 중국의 저가 물량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메이드 인 유럽’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지난달 발표한 ‘산업가속화법’을 통해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유럽산 부품을 일정 수준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현대차로서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물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악재다. 현대차는 최근 핵심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차단되자 운송 기한이 열흘가량 더 걸리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선박을 우회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물류 불안이 조기에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현지 시장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완성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현대차는 보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화는 끝났다”며 유럽 등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했다.
다만 생산조정을 위해서는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업계에서는 해외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 국내 일자리가 영향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노조가 사업재편 과정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예전처럼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현지 생산 필요성이 크다”면서도 “생산 현장에서 여전히 노조가 절대적인 입김을 행사하고 있어 노사간 충분한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