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간이과세 기준 금액을 4800만원에서 1억400만원까지 대폭 높였지만 배제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세사업자가 혜택에서 소외받는 일이 있었죠. 앞으로는 매출 규모가 적은 소상공인들이 간이과세 혜택을 폭넓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일괄 정비하겠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은 임광현 국세청장은 송치영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고물가·고금리에 중동전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납세 관련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현장의 건의사항을 세정 지원 방안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 청장이 화두로 던진 간이과세 배제지역 정비는 그동안 영세 소상공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민원 사항 가운데 하나였다.
간이과세는 개인사업자의 직전 연도 매출이 기준 금액(1억 400만 원) 미만일 경우 부가세 부담과 신고 절차를 완화해주는 과세특례제도다. 일반 과세자는 10%의 세율로 연 2회 부가세를 신고·납부하지만 간이과세자는 낮은 세율(1.5~4%)로 한 번만 하면 된다. 국세청은 매출을 고의로 누락해 간이과세를 적용받는 편법을 막기 위해 일정 지역을 매출액과 관계없이 ‘간이과세 배제지역’으로 정해 고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최근 상권 변화와 매출 감소 흐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개인사업자의 부가가치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해 산정한다. 일반과세자는 매출액과 매입액에 각각 10%의 세율을 적용하고 간이과세자는 매출액에 업종별 부가가치율(15%)을 적용한 뒤 10%를 곱해 매출세액을 계산한다. 매입세액은 매입액의 0.5%를 곱한다. 예를 들어 매출 1억 원, 매입 5000만 원인 소매 사업자의 경우 일반과세 시 500만 원의 부가세를 내지만 간이과세를 적용받으면 125만 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유동 인구는 물론 사업장 위치와 매출 규모까지 비슷하지만 간이과세 배제지역이라는 이유로 무려 5배 가까운 세금을 더 부담하고 있다.
상권이 쇠퇴해도 배제지역이 유지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인천의 한 집단상가는 상권이 호황일 때 배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최근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공실률과 폐업률이 증가해 상권이 급격히 쇠퇴했다. 하지만 배제지역 지정이 유지되면서 상인들은 여전히 간이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수의 한 호텔도 관광객 감소와 경기 불황으로 이용객이 줄어 입점 사업자의 매출이 급감한 상황이다. 카드 결제가 대부분이어서 매출 누락 가능성이 낮지만 배제지역에 계속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간이과세 배제지역 1176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절반에 가까운 544곳(46.3%)을 정비했다. 유형별로 보면 전통시장은 서울 삼익패션타운, 부산국제시장 98곳을 정비했다. 특히 지방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상권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전통시장은 82곳 중 57곳을 조정했다.
집단상가·할인점은 스타필드하남과 서울 가든파이브 등 317곳을 조정했다. 호텔·백화점 입점 사업자는 의정부 신세계백화점 등 129곳을 배제지역에서 제외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치로 최대 약 4만 명의 영세 사업자가 간이과세를 적용받아 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박정열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적용 대상이 소상공인 영세 사업자이기 때문에 세수 감소 폭은 우려하는 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세부 정비 내용은 향후 행정예고를 거쳐 최종 확정하고 새롭게 간이과세를 적용받는 사업자에게 5월 중 과세 유형 전환통지서를, 7월 초에 사업자등록증을 각각 발송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외에도 매출액 10억 원 미만 소상공인은 올해 상반기까지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한다.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물가 안정에 기여한 소상공인은 최대 2년간 유예한다. 행정안전부 등에서 심사해 지정한 착한 가격 업소 약 1만 2040개가 해당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