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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어려운데 부동산 시장 꺾여…“중기 대출 연체액 20% 급증”

14.04.2026 1분 읽기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내수 부진이 깊어지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연체 발생액이 전년과 비교해 무려 20%나 늘어나 비상이 걸렸다. 시장에서는 유가와 환율·금리 변동성이 커져 중기와 자영업자 연체율이 당분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치는 올해 2월 말 현재 0.67%로 지난해 말(0.50%) 대비 0.17%포인트 상승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0.23%)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다. A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올 들어 중기 연체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연체 발생액이 1년 전과 비교해 20%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2월 말 기준 0.63%로 지난해 말(0.50%)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0.15% 수준에 불과했는데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최근 대출 연체율이 급등한 것은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경기 부진이 장기화된 영향이다. 인공지능(AI) 투자로 반도체 같은 수출 대기업은 반등했으나 건설·부동산·식음료 등 내수 경기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 체감 지수는 75.5포인트로 전월보다 6.4포인트 하락해 자금 사정 불안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번 돈으로 이자도 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중소기업 비중은 61.4%로 전년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다중채무·저소득 등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도 114조 6000억 원으로 최근 3년 만에 23조 원 넘게 급증했다.

금융권에서는 부실채권(NPL) 상·매각이 어려워지면서 연체율 관리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 인하 후퇴로 고금리 국면이 길어지자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상승하는 추세”라며 “특정 업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부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체율이 빠르게 확대되자 은행들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각 영업점 기업금융 담당자(RM)를 통해 자금을 지원할 만한 중소기업 명단을 파악하고 있다. 보릿고개만 넘기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들이 타이밍을 놓쳐 부도가 나지 않도록 이자 감면, 후취,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매출·거래처 등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부터 연체·고정이하여신 비율을 줄이기 위해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이자 캐시백과 함께 지역 중소기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은행도 잠재 부실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부실 우려 차주를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중동 사태 이후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데다 환율·금리마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연체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은이 유가 변동률과 제조업 수익성 증감률의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0.69)보다는 중소기업(-0.78)이 유가 상승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무·플라스틱 가격이 오를수록 중소기업이 많은 생활 밀착형 업종을 중심으로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대책도 내수 경기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부행장은 “일단 자영업자들이 어려운데 부동산 경기도 계속 꺾이니까 대출 연체율은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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