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에 150조 원을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해 차세대 백신과 신약 개발을 뒷받침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디스플레이, 신재생에너지, 소버린 인공지능(AI) 산업에 총 10조 원을 쏟아 미래 성장 산업 생태계를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4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제2차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말 발표한 1차 메가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에 따라 산업 파급효과가 크고 적기 지원이 필요한 2차 메가 프로젝트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2차 메가 프로젝트로 총 6개 산업군을 선정해 이들 분야에 총 10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임상 3상 시행처럼 상업화 직전 단계에 진입한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또는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한 직접투자 방식으로 지원한다. 글로벌 임상 3상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탓에 2상까지 성공하고도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기술이 해외에 양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국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3상과 관련한 비용,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지원이 유력하다. 백신 전문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폐렴구균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경북 안동 공장 증설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외 의약품 전문기업, 의약품 위탁생산(CDMO)에 대한 지원도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에는 몇 천억 원 단위의 자금 지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도 대규모 자금을 공급한다. 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대규모 양산 체제 구축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공장 증설과 생산 라인 고도화 등에 조 단위 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성장펀드는 현대차그룹이 9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힌 전북 새만금 첨단벨트 조성 사업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 달 로봇·수소·데이터센터 등 수소도시 조성 사업에 직접투자, 인프라 투융자,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미래형 모빌리티 △소버린 AI 모델 구축 △에너지 인프라 구축 사업 등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금융위는 “1차 메가 프로젝트는 반도체·AI 등 국가 대표 첨단산업 투자에 집중했다면 2차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산업을 고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첨단산업 밸류체인 전반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35조 원이 투입되는 간접투자 운용 방식도 재설계한다. 그동안 수익률을 중심으로 펀드 운용사를 선정해온 탓에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딥테크 산업이나 코스닥 신규 상장사에 대한 자금 공급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첨단산업 투자 역량과 기업가치 제고 경험 등 정성 평가 비중을 늘려 참신한 시각을 투자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창업 실패 경험이 있는 심사역을 보유한 운용사에 가점을 부여하고 신생 운용사를 위한 도전 리그도 신설한다.
국가 산업 전략과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향후 5년간 15조 원을 직접투자한다. 담보 중심의 투자 관행을 벗어나기 위해 성장기업발굴협의체를 신설해 민간과 함께 투자 기업을 심사한다. 공동 전략위원장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500조 원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창업자들은 지분율 문제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선호하지 않는다. 황금주(주총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지 2월 19일자 1·3면 참조
